갑자기 아프거나 다쳤을 때, 우리는 믿습니다. 119를 부르거나 응급실에 가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요.
여기, 그 믿음이 산산조각 난 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겪은 일을 함께 보시죠.
첫 번째 사건
제 다리를 살려주세요
지난해 10월 25일 오전 10시 5분, 39세 남성의 한쪽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피가 통하지 않아 발끝 감각이 무뎌지고 있습니다. 혈관을 이을 골든타임은 통상 8시간. 늦으면 다리를 절단해야 합니다.
첫 번째 사건
과연 이 남성은 얼마나 멀리 떨어진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았을까요?
생각한 거리만큼 가운데 점을 당겨보세요. (10분 거리 = 16km)
0 km
지도 출처 : 통계청, 통계지리정보 서비스(https://sgis.kowtat.go.kr)
실제 상황
이 남성은 약 260km 떨어진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가까운 병원에선 모두 수술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찾느라 2시간, 이동하느라 3시간. 그 사이 남성의 다리는 점점 검게 변했습니다.
당신의 답변
15 km
실제 이동 거리
260 km
두 번째 사건
거부당한 산모
올 1월 4일 오전 5시 44분, 코로나19에 걸린 41세 만삭의 산모가 하혈을 했습니다. 늦으면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한 상황. 구급대는 가까운 병원에 응급분만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두 번째 사건
과연 구급대는 전화를 몇 통이나 걸었을까요?
생각한 횟수만큼 통화 버튼을 눌러 보세요.
0 번째
실제 상황
이 산모는 구급차에서 아기를 낳아야 했습니다. 119 신고 2시간 44분 만입니다.
살고 있는 경기 부천시뿐 아니라 서울, 인천, 강원까지 전화를 50통이나 걸었지만, 응급분만이 가능한 병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답변
0 번째
실제 전화 횟수
50 번째
세 번째 사건
머리가 아파요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9시경, 59세 여성이 심한 두통으로 119를 불렀습니다. 뇌혈관이 막힌 상태였습니다. 수술 골든타임은 통상 6시간. 늦으면 장애를 얻거나 숨질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사건
수술을 받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요?
생각한 시간만큼 시계를 돌리거나 버튼을 눌러 보세요.
+ 1시간
+ 10분
0 분
실제 상황
환자가 이송된 첫 병원에선 수술이 불가능했습니다. 두 번째로 옮겨진 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세 번째 병원에서 겨우 수술을 받았지만, 119에 신고한 지 21시간 만이었습니다.
당신의 답변
15 시간
실제 걸린 시간
21 시간
다리 혈관이 끊어진 39세 남성
당시 가까운 병원 대다수는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수술할 의사가 아예 없거나, 다른 수술을 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일부 병원은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수술 의사를 찾아 애타게 전화를 돌리던 그 순간, 충북 청주시에는 손이 비는 수술 의사가 1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의사를 찾기까지 2시간이나 걸렸습니다. 병원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응답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구급차에서 출산한 41세 여성
다행히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했습니다. 하지만 산모는 ‘내가 쓰레기 취급을 당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습니다.
출혈이 심해져도 적절히 치료받기 어렵거나, 아기가 저체온증에 빠질 수 있는 구급차에서 출산한 탓만은 아닙니다. 보건소는 업무시간이 아니어서 연락하지 못하고, 질병관리청은 119에 전화하라며 넘겼기 때문만도 아닙니다.
저출산 국가라며 응급분만이 가능한 의료진과 분만실조차 없는 현실에 대한 배신감이 더 컸습니다.
뇌혈관이 막힌 59세 여성
두개골을 절개하는 ‘개두술’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병원에선 수술을 할 수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었습니다. 두 번째 병원에는 중환자실에 빈자리가 없었습니다. 겨우 도착한 세 번째 병원에서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늦었습니다. 결국 뇌 손상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수술 후 3개월이 지나서도 식물인간 상태입니다.
구급차 안에서 정처 없이 병원을 찾아 떠돌고, 응급실에 누워 무력하게 치료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표류’의 시간…그런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은 환자가 과연 이들뿐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