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위키드’ 서울 마지막 공연 날. 마지막 장면이 끝나자 관객석에서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남자 주인공 ‘피에로’ 역을 맡은 진태화는 작별 무대인사에서 울음이 터져서 공연 소감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위키드라는 작품은 소속사 계약을 끝내고 저 혼자 힘으로 배역을 따냈다는 의미가 컸어요. 첫 대극장 남자 주인공이기도 했고요. 안 울려고 했는데 음악 감독님이 저를 바라보시니까. 그 음악 감독님은 제가 아무것도 아닐 때부터, 다른 작품 오디션 때부터 처음으로 절 봐주셨거든요. 그 감독님이 나를 보고 있는 걸 보면서 울컥하더라고요. 대극장 공연에서는 운 적이 없는데….”
2006년 데뷔했던 배틀 멤버 중에서 지금까지 무대에 서는 사람은 진태화뿐이다. 다른 멤버들은 무대 밖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연기 레슨을 하거나, 카페를 운영한다. 건설업으로 방향을 튼 멤버도 있다. 멤버들은 지금도 단체 카톡방에서 사는 얘기를 나눈다.
“숙소 생활도 했었고. 연습생 때부터 10, 20대 초중반, 가장 빛날 수 있고 또 힘들 수 있던 시간을 같이한 애들이다 보니까…. 저희 멤버들의 목표는 ‘뭘 하든지, 어디서 뭘 하든지, 한 명이라도 잘되자’예요.”
배틀은 2019년 Mnet의 한 음악 프로그램에서 11년 만에 함께 무대에 섰다. 오래된 팬들에게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이후 잊혀진 가수를 재조명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연 제안이 오기도 했지만 그 방송은 나가지 않았다.
“멤버들도 경연이라는 말에 좀…. 그냥 우리가 냈던 앨범을 다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면 괜찮은데 또 그 안에서 치열하게 경연해야 한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진태화가 지금 발 딛고 있는 뮤지컬이란 세계도 유명 작품의 주연을 했다고 해서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계속 무대에 남아있으려면 제작사에서 먼저 찾아주는 배우가 되거나 오디션을 통해 계속 배역을 따내야 한다. 초등학생 시절 지역 KBS 합창단과 톰키즈 아동복 모델 오디션, 고등학생 시절 SM과 배틀신화 오디션에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뮤지컬 오디션까지….
올 4월 취재진과 처음 만난 날, 자신의 시간을 돌아보던 진태화는 “인생이 오디션이네요”라고 말했다. 뮤지컬에 새로 도전하려던 그 무렵, 진태화는 어깨에 “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라는 영문 문신을 새겼다. 비틀스의 명곡 ‘블랙버드(Blackbird)’의 한 구절이다.
“꼭 나를 대입시키는 건 아니고 그냥,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이런 걸 영어로 써봤어요. 저는 항상 차악까지는 생각을 해요. 최선과 차선과 차악까지는 생각을 하자. 원하는 대로 되면 좋은데, 안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자기만족 할 수 있지만 불안함을 항상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직업이에요. 그래도 워낙 많은 걸 겪어서…. 힘들어도 봤고. 지금은 옛날보다 더 힘들지는 않으니까요. 뮤지컬로 분야를 바꾸기는 했지만 꾸준히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