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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일 2023.03.29
응급환자의 생사가 1분, 1초에 갈리는 현장이 있습니다.
119종합상황실과 구급차, 응급실, 닥터헬기입니다.
이들이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면
환자는 이리저리 표류하며 골든타임을 잃어갑니다.
지금 360° 영상을 통해 그 현장으로 들어가보세요.
다 둘러봤어요
소리가 없는 영상입니다.
절박했던 ‘75분 간의 병원 찾기’
녹취록 전문 보기
경기 수원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119종합상황실. 장정구 반장이 메트로놈을 켜고 통화 중입니다.
“수직으로 세게 누르세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현관문 좀 열어놓으세요. 하나 둘 셋 넷….”
1월 25일 오후 3시 38분 45초, 90세 여성의 심정지 신고가 왔습니다. 상황실 대원은 목소리로 사람을 살립니다. 직접 두 손으로 환자의 가슴을 압박할 순 없지만 차분하게 신고자를 진정시키고, 이끕니다. 마우스를 쥔 다른 손도 분주합니다. 구급차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날 상황실에는 총 21건의 심정지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전국 18개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에는 총 245명의 구급상황관리 대원이 있습니다. 24시간 교대로 일하며 한 해 148만 건의 신고와 상담을 처리합니다. 심폐소생술을 돕는 건 전체 업무의 극히 일부입니다. 아프거나 다친 사람이 119에 전화하면 응급실에 가야 할지 조언하고, 필요하면 문을 연 병원이나 약국도 알아봐줍니다.
가장 어려운 임무는 응급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는 일입니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가 환자를 돌보느라 바쁠 때, 혹은 아무리 전화를 돌려도 빈 병상을 찾지 못했을 때 상황실에서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응급환자가 갈 곳을 알려주는 ‘등대’인 셈입니다.
하지만 상황실에서도 빈 병상을 못 찾을 때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열네 살 이준규 군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쓰러졌을 때가 그랬습니다.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올 1월 41세 산모가 갑자기 하혈했을 때 구급대가 병원 35곳에, 상황실이 병원 15곳에 전화했지만 응급분만이 가능한 곳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119상황실마저 빈 병상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 구급차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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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내부의 시간은 외부와 다르게 흐릅니다.
골든타임을 1초라도 허비하지 않기 위해 분주합니다. 올 1월 74세 남성이 뇌졸중 의심 증세로 쓰러졌을 때도 그랬습니다.
경기 시흥소방서 김태균 반장이 이끄는 구급1팀은 이송 중 환자가 정신을 잃자 흔들리는 구급차 안에서 산소마스크를 씌우고 심전도를 측정했습니다. 환자는 구급대를 만난 지 24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보통 응급환자는 구급대를 만나고 25분 안에 응급실로 이송됩니다.
하지만 어떤 구급차는 환자를 태우고도 출발하지 못합니다. 환자를 받아줄 응급실을 찾지 못해서입니다. 구급차가 출동한 후 1시간이 지나서야 응급실에 도착한 환자는 한 해 19만 명이 넘습니다.
환자가 위중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면 구급대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응급실에 빈자리가 있든 없든 환자를 싣고 갑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열한 살 어린이가 쓰러졌는데 가까운 소아응급실에 빈자리가 없을 때도 그랬습니다. 잠실119구급대 최경환 반장은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생략하고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그 응급실은 어린이 환자를 받아줬습니다.
강북구의 한 60대 여성이 눈을 심하게 다쳤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우이119구급대 서강윤 반장은 환자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자 구급차를 가까운 응급실로 출발시켰습니다. 이 응급실도 환자를 받아줬습니다.
임기응변이 항상 통하는 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호흡곤란 환자를 인근 병원 7곳에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구급대는 빈자리가 있다고 표시된 병원 응급실로 갔지만 입구에서 거절당했습니다. 병원 측은 다른 초응급 환자가 이송 중이라고 했습니다. 구급대는 응급실 앞에서 다시 전화를 돌려야 했습니다.
올 1월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교통사고 환자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구급대가 곧장 근처 응급실로 갔지만, 그 병원 흉부외과는 다른 환자들 때문에 여력이 없었습니다. 구급대는 1시간 넘게 응급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다른 병원으로 운전대를 돌렸습니다.
환자를 태운 채 멈춰 서 있는 구급차를 달리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응급실은 왜 환자를 받아주지 않을까요.
360˚ 영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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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은 지금 당장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를 위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누구나 아는 ‘비밀’이 있습니다. 응급 환자일수록 응급실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응급실은 원래 이래야 합니다.
1
일단 환자를 받아서 검사합니다.
2
가벼운 거라면 직접 치료하거나 퇴원시킵니다.
3
응급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면 전문 의료진에게 보냅니다.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응급실에 들어가는 10명 중 1명은 다른 병원에서 보낸 환자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선 ③의 단계가 동맥경화처럼 꽉 막혀 있습니다. 1월 16일 새벽 전남 여수전남병원에 응급투석이 필요한 환자가 왔을 때도 그랬습니다. 강경국 응급실장이 전화를 돌렸지만 근처에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습니다. 병원을 찾는 데 1시간 24분 걸렸습니다.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1인 응급실의 유일한 의사가 전화통을 붙들고 있으면 다른 응급환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응급실이 얼마 없는 지역이라면 응급의료의 마비로 이어집니다. 전국 응급실 516곳 중 400여 곳은 상주하는 의사가 1명입니다.
둘째,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응급실은 치료가 어려울 수 있는 환자의 수용을 꺼리게 됩니다. 막상 검사해보면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만약 다른 병원으로 보내야 하는 환자로 판명될 경우 응급실이 큰 책임을 떠안을 수 있어서입니다. 당장 치료받아야 하는 환자가 오히려 응급실 문턱을 넘기 어려운 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응급수술을 해줄 의사를 찾는 건 왜 이렇게 어려워졌을까요.
일일이 전화를 돌리는 것 말고는 의사를 찾을 방법이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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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환자가 헬기를 타고, 구급차를 타고, 치료해줄 의사를 만납니다. 표류가 끝난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에도 누군가는 계속 표류 중입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응급수술을 하는 의사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된 업무와 낮은 보상, 소송 위험에 하나 둘 수술실을 떠났습니다. 남아있는 이들은 떠난 이들의 몫까지 더 많은 수술을 밤낮 없이 해야 합니다. 악순환입니다.
몇 없는 수술 의사가 그를 필요로 하는 환자와 제때 만나려면 빠르고 정확한 정보 교류라도 이뤄져야 합니다. 119와 병원, 병원과 병원 간에 말이죠. 하지만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실시간으로 조회하는 시스템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대책도 표류를 거듭했습니다. 다른 이슈에 밀려 흐지부지 됐다가 이름을 바꿔 다시 등장했습니다. 2023년 3월 현재, 정부는 응급환자가 신속하게 병상을 찾을 수 있도록 ‘응급전원협진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10년간 수 차례 발표된 내용입니다.
정부 대책이 표류하는 동안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구급차, 응급실에서 치료해줄 의사를 찾다가 골든타임을 놓칩니다. 누군가는 생명을 잃고, 누군가는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떠안습니다.
2023년 의료 선진국이라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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