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의사의 하루 시작하기

정부의 2000명 의대 증원

정부는 올 초 이른바 '응급실 표류', '소아과 오픈런' 등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했습니다. 의사가 늘어나면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늘어날 것이고 국내 어디서든 필요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었죠. 반면 의사들은 현 상황이라면 의사가 늘어도 대부분 필수의료 대신 피부과 등 미용의료로 빠지며 ‘밑빠진 독’이 될 거라고 주장합니다.

필수의료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소아과 오픈런’이 벌어지는 소아청소년과 24년차 전문의와 의대 졸업 직후 미용의료에 뛰어든 2년차 일반의. 둘의 하루 일과와 수입을 비교해 봤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하루

미용의원
일반의의 하루

소아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24년차 전문의 이보람 씨의 하루

24년차 전문의 이보람 씨(54·가명). 2000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아동병원에서 전문의 근무를 시작했고, 2014년 인천 서구에 A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열었습니다.

월~금요일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오후 7시까지 진료합니다. 토요일에도 병원에 나와 6시간 가량 일합니다.

8월 21일, ‘소아과 오픈런’이란 말처럼 이 씨 의원은 오전 9시 오픈 전부터 아픈 어린이와 보호자로 북적입니다. 어린이 환자들은 대부분 감기, 장염 등에 걸려서 옵니다. 진료실은 기침소리와 아이 울음소리가 종일 들립니다. 예방접종을 맞으러 왔다가 주사기가 무섭다며 엉엉 우는 아이도 많습니다. 환절기처럼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할 때는 환자가 몰려 화장실 갈 시간마저 부족합니다.

미용의원

오전 10시 반부터 오후 8시 반까지

2년차 일반의 김송이 씨의 하루

2년차 일반의 김송이 씨(29·가명). 2023년 의대를 졸업한 뒤 대학병원에서 1년 동안 인턴을 했습니다. 성형외과나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싶었지만 탈락했고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경기 화성시 B미용의원에서 월급을 받고 일했습니다.

평일에는 오전 10시 반까지 출근하고, 오후 8시 반까지 진료합니다. 토요일은 출근시간이 같고 오후 4시 반까지 일합니다.

진료과목이 다른 두 의사

소아과와 미용의원의 수입 차이는 얼마나 날까요?

두 의사의 하루 스케줄 비교하기

  • 두 병원의 환자 수와
    누적 진료비가
    집계되어 나타납니다.
  • 스크롤 하며 두 의사의
    하루 진료 스케줄을 비교해보세요.
  • 소아과

    0명째 진료중

    총 0원

  • 미용의원

    0명째 진료중

    총 0원

  • 09:00

    • 소아과 오픈

    • 16개월 남아

      • 장염

      20,300원

    • 12세 여아

      12,590원

    • 7세 6개월 여아

      • 기관지염
      • 알레르기성 비염
      • 급성 부비동염

      12,610원

    • 9세 여아

      12,650원

    • 18세 남아

      12,650원

    • 소아과 피크타임

    • 미용의원 오픈 전

  • 09:30

    • 51세 여성

      17,610원

    • 15세 여아

      • 급성인두염
      • 코로나 검사

      47,610원

    • 18세 남아

      17,610원

    • 11세 여아

      17,610원

    • 2세 2개월 남아

      13,230원

    • 13세 여아

      17,610원

    • 12세 남아

      17,610원

    • 15세 남아

      47,610원

    • 8세 여아

      47,610원

  • 10:00

    • 16개월 남아

      • 상세불명의 위장염 및 결장염

      22,130원

    • 22개월 남아

      • 결막염

      13,230원

    • 16세 남아

      12,610원

    • 17세 남아

      17,650원

    • 11세 여아

      25,760원

    • 17세 남아

      17,620원

    • 18세 남아

      17,610원

  • 10:30

    • 11개월 남아

      • 급성 상기도감염

      14,160원

    • 10세 남아

      • 코로나
      • 코로나 검사

      42,590원

    • 64세 여성

      12,590원

    • 미용의원 오픈

    • 1번째 환자

      • 필러
      • 보톡스

      120,000원

    • 2번째 환자

      • 얼굴 인모드
      • 풀코스
      • 지방 분해주사

      150,000원

    • 3번째 환자

      • 문진
      • 약처방

      10,000원

  • 11:00

    • 17세 여아

      17,610원

    • 19세 여성

      17,620원

    • 4번째 환자

      • 볼뉴머

      200,000원

  • 11:30

    • 59세 남성

      12,590원

    • 12세 여아

      12,600원

    • 15세 남아

      12,590원

    • 10세 여아

      12,590원

    • 65세 남성

      12,590원

    • 10세 여아

      17,610원

    • 17세 남아

      12,590원

    • 5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6번째 환자

      • 여드름
      • 레이저
      • 염증주사

      120,000원

    • 7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8번째 환자

      • 바디 지방분해주사

      100,000원

  • 12:00

    • 15세 여아

      17,620원

  • 12:30

    • 48세 여성

      12,650원

    • 9세 남아

      17,650원

    • 16세 남아

      17,610원

    • 17세 남아

      12,590원

    • 점심식사

  • 13:00

    • 점심식사

    • 9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10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11번째 환자

      • 울쎄라

      900,000원

  • 13:30

    • 12번째 환자

      • 얼굴 인모드 풀코스
      • 지방 분해주사

      150,000원

    • 13번째 환자

      • 필러
      • 보톡스

      120,000원

  • 14:00

    • 10세 남아

      42,610원

    • 10세 여아

      12,600원

    • 12세 여아

      12,610원

    • 68세 여성

      17,640원

    • 67세 여성

      12,590원

    • 54세 남성

      17,610원

    • 52세 여성

      120,240원

    • 14번째 환자

      • 슈링크
      • 지방 분해주사
      • 보톡스

      200,000원

    • 15번째 환자

      • 필러
      • 보톡스

      120,000원

    • 커피 한 잔의 휴식

  • 14:30

    • 63세 남성

      15,140원

    • 15세 남아

      12,590원

    • 16번째 환자

      • 제모
      • 토닝
      • 보톡스
      • 염증주사

      80,000원

    • 17번째 환자

      • 문진
      • 약처방

      10,000원

    • 18번째 환자

      • 보톡스

      30,000원

  • 15:00

    • 38세 여성

      47,640원

    • 14세 여아

      17,610원

    • 16세 남아

      12,590원

    • 44세 여성

      20,000원

    • 23세 여성

      17,610원

    • 19번째 환자

      • 제모
      • 토닝
      • 보톡스
      • 염증주사

      80,000원

    • 20번째 환자

      • 문진
      • 약처방

      10,000원

  • 15:30

    • 7세 4개월 남아

      17,630원

    • 8세 여아

      17,640원

    • 11세 여아

      12,600원

    • 4세 5개월 여아

      • 급성 인두염
      • 기능성 장장애

      13,240원

    • 12세 여아

      17,620원

    • 4세 여아

      • 영유아 건강검진

      0원

    • 21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22번째 환자

      • 피부주사
      • 보톡스

      130,000원

  • 16:00

    • 42세 여성

      12,620원

    • 3세 여아

      • 급성 기관지염

      22,130원

    • 12세 여아

      17,610원

    • 23번째 환자

      • 얼굴 인모드

      120,000원

  • 16:30

    • 50세 여성

      20,000원

    • 9세 여아

      17,630원

    • 56세 여성

      17,610원

    • 15세 남아

      12,590원

    • 8세 여아

      17,650원

    • 40세 남성

      12,590원

    • 24번째 환자

      • 슈링크
      • 지방분해주사
      • 보톡스

      200,000원

    • 25번째 환자

      • 보톡스

      30,000원

  • 17:00

    • 5세 6개월 여아

      • 중이염
      • 급성 기관지염

      13,230원

    • 8세 남아

      • 수액 치료

      25,000원

    • 3세 7개월 남아

      13,240원

    • 10세 여아

      17,630원

    • 10세 여아

      • 코로나19

      12,590원

    • 61세 남성

      17,640원

    • 12개월 남아

      • 알레르기 비염
      • 급성 기관지염

      13,230원

    • 39세 여성

      17,610원

    • 11세 여아

      17,620원

    • 7세 7개월 여아

      12,600원

    • 43세 여성

      • 코로나
      • 코로나 검사

      47,670원

  • 17:30

    • 8세 남아

      12,590원

    • 15세 남아

      12,590원

    • 15개월 남아

      • 급성 기관지염

      13,230원

    • 26번째 환자

      • 슈링크

      100,000원

    • 27번째 환자

      • 문진
      • 약처방

      10,000원

    • 28번째 환자

      • 피부주사
      • 보톡스

      130,000원

  • 18:00

    • 8세 남아

      15,350원

    • 43세 남성

      22,000원

    • 27세 남성

      21,980원

    • 4세 2개월 여아

      15,980원

    • 5세 11개월 남아

      • 중이염
      • 알레르기성 비염

      26,500원

    • 66세 남성

      15,370원

    • 29번째 환자

      • 여드름 레이저
      • 염증주사

      120,000원

    • 30번째 환자

      • 필러

      200,000원

    • 31번째 환자

      • 보톡스

      30,000원

  • 18:30

    • 소아과 마감

    • 미용의원 피크타임

    • 32번째 환자

      • 보톡스

      30,000원

    • 33번째 환자

      • 제모
      • 토닝
      • 보톡스
      • 염증주사

      40,000원

    • 34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35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36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37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19:00

    • 38번째 환자

      • 필러

      200,000원

    • 39번째 환자

      • 실리프팅

      300,000원

    • 40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19:30

    • 41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42번째 환자

      • 피부주사

      80,000원

    • 43번째 환자

      • 제모
      • 토닝
      • 보톡스
      • 염증주사

      40,000원

    • 44번째 환자

      • 보톡스

      30,000원

    • 45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20:00

    • 46번째 환자

      • 바디 인모드

      180,000원

    • 47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48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49번째 환자

      • 토닝

      30,000원

    • 50번째 환자

      • 제모

      30,000원

  • 20:30

    • 미용의원 마감

소아과와 미용의원
두 의사의 하루 진료가
끝났습니다.

두 의사의 진료량과 수익은
얼마나 차이났을까요?

    시간당 환자수

  • 소아과

    9.7명

  • 미용의원

    5.9명

  • 하루 근무 시간 : 9시간

    하루 환자 수 : 87명

  • 하루 근무 시간 : 8.5시간

    하루 환자 수 : 50명

    환자 1명당 평균 수익

  • 소아과

    약 1만9000원

  • 미용의원

    약 9만7000원

  • 하루 수익 169만원

  • 하루 수익 485만원

결론,
불균형이 심각하다

필수의료와 미용의료는 우리 사회에 모두 필요합니다. 하지만 두 의사 사례를 보면 미용의료 의사가 필수의료 의사보다 적게 일하고 훨씬 더 많이 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보람 씨는 자신의 하루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소아과 의사들은 일용 노동직이라고 자조해요. 병원에서 지출하는 고정비가 있는데 수입은 적으니 매일매일 정신없이 일할 수밖에 없어요. 저출산까지 겹치면서 주6일 일해도 돈이 안 되고 가성비가 떨어지니 동료들도 하나둘 떠나면서 갈수록 희귀종이 되는 느낌입니다.”

반면 미용의원 일반의 송이 씨는 자신의 하루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바쁠 때는 바쁘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동료들과 잡담할 시간은 있어요. 간혹 짬이 나면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기도 하죠. 특성상 투입 시간 대비 임금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생각하니 만족도가 높습니다.”

진료 1건당 수입

(단위: 원)

10만

9만

8만

7만

6만

5만

4만

3만

2만

1만

0만

1만9000원
1만9000원
1만9000원
1만9000원
1만9000원

특별소비세

격차 감소

9만7000원

A소아청소년과의 진료 1건당 수입은 약 1만9000원입니다.

B미용의원의 진료 1건 당 수입은 약 9만7000원입니다.

환자 1명을 진료하면 미용의원이 약 5배 더 버는 셈입니다.

이렇게 격차가 나는 것은 소아과 진료 대부분이 건강보험에 의해 가격이 정해져 있는 반면, 미용 진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의원이 직접 가격을 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수의료와 미용의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일부 의료계에서는 해법으로 미용의료에 특별소비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용의료 수입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고 이 재원으로 필수의료 수가*를 높여 지원하자는 취지입니다.

수가란?

병원이 진료, 수술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건강보험으로부터 받는 비용

지금도 성형이나 미용 시술에는 부가가치세 10%가 별도로 부과되지만, 이는 미용의료를 이용하는 환자가 부담하는 금액입니다. 이와 별도로 의사(병의원)가 소득에 대한 특별소비세를 내서 그 재원을 필수 의료에 투자하는 겁니다.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수가’ 때문입니다. 헌신하는 의사들의 수익에도 적절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필수의료 수가를 높여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떠나지 않게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