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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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2023년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불신과 불안에 사로잡혔습니다. 우리 아파트는 안전한가. 내가 사는 집은 안전한가.
순살○○, 하자△△……. 인터넷에는 부실 공사를 꼬집는 표현들이 등장했고, 사람들은 ‘혹시 우리 아파트도’라며 걱정했지만, 국토교통부는 ‘민간 무량판 아파트 부실시공이 0건’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안심해도 되는 걸까. 전국 곳곳 아파트 기둥 속 철근은 정부의 발표대로 멀쩡한 걸까.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러곤 7개월간 콘크리트에 감춰진 ‘이면’을 취재했습니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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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무량판 아파트 21곳, 직접 조사해 보니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6개월 만인 2023년 10월,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민간 아파트를 전수 조사했다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용어 설명: 무량판 구조란?

무량판 구조란?

천장을 받쳐주는 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슬래브)을 지탱하는 구조입니다. 보가 없기 때문에 높아진 층고로 공간 활용을 최대화할 수 있다는 경제적 장점이 있습니다. 아파트나 주상복합 같은 고층 건물을 지을 때 주로 사용됩니다.

    1 무량판 구조

  • 가장 큰 특징은 슬래브의 하중을 분산 시켜주는 ‘보’가 없다는 것입니다. 기둥만으로 천장의 무게를 버텨야 하기 때문에 기둥 부근에 철근 보강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 다른 건설 방식 살펴보기

    2기둥식 구조

  • 천장과 기둥 사이에 수평 기둥인 ‘보’가 있는 구조입니다. 천장의 무게가 보와 기둥으로 분산됩니다. 1990년대 이후 아파트에 많이 사용됐습니다. 시공비가 비싸고 시공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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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부실 시공 0건’. 국토부는 보도자료에서 “보수·보강이 필요한 부실 시공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사 단지나 구체적인 검사 내용은 하나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공개된 자료에서는 더 이상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히어로콘텐츠팀은 국토부의 전수 조사 대상 아파트 명단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이후 7개월간 전국을 돌면서 도면이 확보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 기둥의 철근 누락 여부를 직접 검사했습니다.

결과는 국토부의 발표와는 달랐습니다. 히어로팀이 검사한 21개 단지 중 9개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발견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찾은 경기 A 아파트의 지하 2층 주차장.
취재팀은 철근 스캔 장비를 들고 기둥을 훑었습니다. 기둥에 철근이 누락돼 있는지 확인하는 비(非)파괴검사 과정입니다.
지하 주차장 기둥은 천장뿐만 아니라 주차장 위에 있는 건물 전체의 무게를 버텨야만 합니다.
대부분의 기둥은 위에서 누르는 힘에 강한 콘크리트, 휘거나 잡아당기는 힘(인장력)을 잘 견디는 철근이 결합된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만들어집니다. 만약 철근이 없거나 부족하면 기둥이 갑자기 무너질 수 있습니다.
히어로팀은 이곳의 기둥 194개 중 무작위로 30개 기둥을 조사했습니다.
그중 6개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습니다. 도면대로 정상 시공했을 때보다 철근이 적게는 1개, 많게는 5개나 부족했습니다. 조사한 기둥 5개 중 1개꼴로 철근이 빠져 있었습니다.
철근이 일부 누락된 기둥 바로 위에는 어린이집, 주민센터 등의 시설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어린아이들이 뛰어놀고, 시민들이 용무를 보기 위해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또 다른 B아파트의 지하 주차장입니다.
도면에 따르면 이곳 기둥에는 모두 24개의 주철근(수직 철근)이 들어가야 합니다. 주철근은 기둥을 이루는 콘크리트가 휘거나 깨지는 것을 막아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히어로팀이 검사한 결과 확인된 주철근은 12개뿐이었습니다. 기둥 하나당 들어가야 할 철근이 절반이나 빠졌던 겁니다.

도면대로 지어지지 않은 기둥은 지진 등 재난으로 큰 힘이 가해질 경우 붕괴되기 쉽습니다. 버티는 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점으로 무게가 쏠린다면 연쇄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남 지역 C아파트 지하 주차장입니다. 이곳에서는 철근 누락이 의심되는 기둥 3개가 줄지어 발견됐습니다.
도면대로 설계됐다면 이 기둥 안에는 모두 16개의 철근이 들어 있어야 합니다.
실제 조사 결과, 사각 기둥 네 면 중 두 면에서 철근이 도면에 비해 1개씩 빠져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기둥 2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두 동일하게 철근이 2개씩 빠져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아파트 21곳 중 9곳에서 철근 누락이 탐지됐습니다. 철근 누락이 발견된 기둥은 도면을 봤을 때 복잡한 구조로 설계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행사나 시공사는 공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철근량으로 건물의 하중을 버틸 수 있게 설계합니다. 그 결과 같은 구역에 있는 기둥 간에도 들어가는 철근 개수가 달라지게 됩니다.

실제 시공 현장에서는 작업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시공자들이 설계도를 꼼꼼히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 결과 철근 누락 같은 시공 실수가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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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 21곳
지하주차장 기둥 조사 결과

이상 확인된 기둥 수 25개

  • 아파트명
  • 경기 A
  • 경기 B
  • 전남 C
  • 경기 D
  • 인천 E
  • 대구 F
  • 대구 G
  • 부산 H
  • 부산 I
  • 문제 기둥 수
  • 6개
  • 1개
  • 3개
  • 1개
  • 1개
  • 5개
  • 3개
  • 3개
  • 2개
  • 특이사항
  • 1개 기둥 철근 28개 중 5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24개 중 12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14개 중 2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14개 중 1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28개 중 1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14개 중 2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20개 중 3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22개 중 2~3개 누락

  • 1개 기둥 철근 18개 중 2개 누락

  • 조사 대상
  • 조사 기간
  • 전국 5개 시도 (경기, 인천, 전남, 대구, 부산)
    아파트 단지 21곳 기둥 약 850개
  • 2024년 8~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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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상황, 부실 기둥은 ‘표적’이 된다

‘설마 철근 하나 빠진다고 큰일이 벌어질까.’

히어로팀이 만난 전문가들은 “우려하는 그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빠진 철근 하나에서 대형 재난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철근이 얼마나 빠지면 건물이 붕괴될까요. 전문가들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다만 이들 모두 “설계대로 하지 않았으면 부실 시공이 맞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1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 연구원장)
  • “300번의 징후를 무시한다면 1번의 재난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제2의 삼풍백화점 참사가 벌어지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히어로팀과 철근 실태 탐사를 함께 진행한 안형준 전 건국대 학장은 “철근을 하나라도 빠뜨렸다면, 이미 도면에서 요구한 안전 수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장 무너지지는 않더라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설계대로 시공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철근 한 개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안 전 학장은 “‘설마’ 하며 넘어갔던 안전불감증 끝에 기어코 발생했던 사고를 몇 번이나 더 겪어야 하냐”고 묻습니다.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한 번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대부분 300번의 징후,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안 전 학장은 “설계도상 100만큼의 안전을 요구했다면, 단 1%가 빠졌어도 채워 넣어야 한다. 그것이 대형 사고를 막는 원칙”이라고 말했습니다.

  • 2정승열 SH구조엔지니어링 대표(내진설계 전문)
  • “지진, 태풍처럼 예상치 못한 재난은 부실 시공된 기둥을 제1 표적으로 조준해 타격할 겁니다. 연쇄 붕괴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내진설계 전문가 정승열 SH구조엔지니어링 대표 역시 극한 상황에 대비해 ‘설계대로’ 짓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진이나 태풍 등 건물에 예상치 못한 힘이 가해졌을 때 문제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 대표는 “가장 튼튼한 기둥부터 차례차례로 하중이 가해진다. 평소에는 ‘여유분’이 충분해 멀쩡하던 기둥들이 예상치 못한 힘으로 더 이상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하중은 주변으로 이동한다. 이때 철근 누락 등 부실 시공 기둥이 제 역할을 못 하면 건물이 통째로 위험해진다”고 말했습니다.

도면대로 시공이 되지 않은 기둥이 자칫 연쇄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 3이길림 한구조엔지니어링 이사(구조기술)
  • “기둥도 기둥인데 슬래브에 있는 철근들은 특히 1, 2개만 빠져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휘어지는 걸 막을 힘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기둥, 벽체, 슬래브(콘크리트 판) 등 건물의 부재에 따라 철근 누락이 안전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낸 전문가도 있습니다.

용어 설명: 부재, 슬래브, 보란?

부재, 슬래브, 보란?

  • 슬래브

    • 1부재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여러가지 구성 요소를 뜻합니다. 벽, 기둥, 보 등이 부재에 속합니다. 슬래브(천장이나 바닥)처럼 수평 방향으로 놓이는 부재를 ‘수평 부재’, 기둥처럼 수직 방향으로 놓이는 부재를 ‘수직 부재’라고 합니다.

    • 2슬래브

      아파트의 천장이나 바닥이 되는 판을 의미합니다. 하중(무게)을 받아 보와 기둥으로 전달합니다.

    • 3

      천장(슬래브)과 기둥 사이에 놓이는 수평 부재를 의미합니다. 슬래브에서 받은 하중을 기둥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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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전문가인 이길림 한구조엔지니어링 이사는 “바닥이나 천장 쪽에 있는 수평 부재는 특히 철근 누락이 치명적”이라고 전했습니다. 콘크리트는 재료 특성상 수직으로 누르는 힘에는 잘 버티지만, 꺾거나 휘는 힘에는 약합니다.

수평으로 긴 슬래브나 보(기둥과 슬래브를 연결하는 콘크리트 구조)에 들어가 있는 철근의 경우 1, 2개만 누락돼도 강한 힘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의 경우에도 슬래브와 기둥을 연결해주는 전단보강근이 누락돼 붕괴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경북 경주, 포항 등에서 벌어진 지진과 같은 극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부실 시공으로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건물은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요? 취재팀은 SH구조엔지니어링과 함께 지진 발생 시 철근 누락이 건물 전체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뮬레이션해 봤습니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서울 시내 20층 높이의 한 가상의 오피스텔 건물’을 만들었습니다.

이 건물의 철근 시공 정도를 각각 100%, 76%, 57%로 설정했습니다. 철근을 도면대로 모두 넣은 경우, 철근량을 24% 줄인 경우, 43% 줄인 경우를 가정한 것입니다.

그러곤 리히터 규모 6.6~6.7의 가상 지진을 일으켰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60초 동안
어떤 건물이
무너지지 않았을까요?

  • 57%
  • 76%
  • 100%
    • 0초
    • 0초
    • 0초

철근량이 다른 아파트가 60초의 지진파를 견딘 시간

  • 지진파를 가한지 0 SEC
  • 바를 드래그해 시뮬레이션 시간을 이동할 수 있어요
  • 시뮬레이션 시작하기

시뮬레이션 해설지

    • 57%
    • 76%
    • 100%
    • 7초
    • 24초
    • 60초
  • 철근이 100% 들어간 건물은 60초 동안의 지진에도 별 이상이 없었습니다. 보통 건물은 하부와 중간 부분이 지진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데, 지진이 발생하는 동안 이 부분은 ‘하늘색’으로 표시됩니다. 하늘색은 지금 지진으로 가해지는 힘보다 건물이 30% 더 견딜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철근이 76% 들어간 건물은 지진 발생 24초 만에 무너졌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15초쯤 되자 건물의 맨 앞부분이 ‘빨간색’으로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진으로 더 이상 건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하부 벽체에 심각한 손상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 철근이 57%만 들어간 건물은 지진 발생 7초 만에 붕괴됐습니다. 지진 발생 후 미동도 없다가 1초 만에 S자 형태로 건물이 휘면서 무너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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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수 조사 대상에서 빠진 주철근

    그렇다면 국토부는 어떻게 부실 시공 0건이라는 결론을 낸 것일까.

    1 전단보강근 이상 없다 ≠ 부실시공 없다.

    기둥을 이루는 기본 철근콘크리트 구조

    주철근

    띠철근

    국토부 현장 점검에서 조사 대상이 된 철근은 전단보강근뿐이었습니다. 주철근이나 띠철근(주철근을 둘러서 결합하는 철근) 등 다른 철근은 모두 조사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전단보강근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자 부실 공사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전단보강근이 없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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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단보강근이 있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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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단보강근은 무량판 구조에서 천장이 갑자기 뚫리는 것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건물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뼈대는 주철근입니다. 전단보강근에 이상이 없다고 ‘부실 시공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당시 전수 조사를 직접 지시했던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2023년 7월 국토부 브리핑 직후 “(지하 주차장 기둥에) 보강근이 빠져 있는 것이지, 철근 자체가 빠진 게 아니다”라며 “만약 그것(주철근)을 빼먹은 것이라면 우리나라가 정말 대한민국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주철근 누락이 실제로 다수 발견됐습니다.

    국토부가 주철근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2 정밀진단에 ‘4개월’은 역부족

    4개월이라는 조사 기간에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국토부는 전수 조사를 수행한 한국시설안전협회 측에 8가지 정밀진단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협회 측이 “최소 넉 달은 걸릴 것”이라고 하자 국토부는 검사 기한을 연장하는 대신 검사 대상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협회는 “국토부와 합의하에 현장 조사에서는 전단보강근과 콘크리트 강도만 확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3 전단보강근 유무도 판단 어려워

    국토부의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보고서에 포함된 비파괴검사 현장 검사 예시 사진. 한 작업자가 페로스캔 장비로 기둥 위쪽 전단보강근의 배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취재팀은 단독 입수한 국토부 전수 조사 결과 보고서 일부를 전문가에게 보여준 후 검증을 의뢰했습니다. 한국콘크리트학회 측은 “해당 이미지만으로는 전단보강근의 유무를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현장에서 정밀 안전진단을 수행 중인 이우진 황두구조안전 대표는 “국토부가 전단보강근이 적절히 설치됐다고 판독한 일부 결과들은 판정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단보강근
    시공되지 않은 구간

    전단보강근 +
    슬래브철근 경계구간

    전단보강근
    시공된 구간

    전수조사 당시 국토부에서 안전진단업체에 제공한 전단보강근 유무 판별 예시. 조사를 수행한 한국시설안전협회 측은 "전단보강근이 있을 경우 스캔 결과상 작은 점 또는 흐릿한 표식이 나타난다"며 "훈련된 전문가는 도면과 현장 검사 결과를 비교해 충분히 전단보강근 설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히어로팀의 취재 결과 다수의 전문가는 "전단보강근이 주철근과 겹치거나 가려져 탐지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4 ‘긴급 진단’이라는 핑계

    그렇다면 국토부는 어떻게 ‘적절히 설치됐다’, ‘문제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일까요. 국민의 비판 여론을 빨리 잠재우기 위해 서두른 것은 아닐까요.

    한국시설안전협회 측은 “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를 계기로 이뤄진 긴급 진단이었던 만큼 다른 곳을 검사하지 않기로 국토부와 합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검사 방식에 대해서는 “비파괴검사에서 판독이 어려울 경우 일부 아파트는 천장을 깨 이상 없음을 확인했다”라고 했습니다.

    국토부의 전수 조사가 ‘부실 시공 0건’이라는 결론으로 연결되기에는 충분치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전수 조사 이후 대규모 주철근 누락이 발견돼 전면 보강 공사에 들어간 한 아파트 단지 이야기입니다. 입주민들은 “‘문제없다’는 말만 믿었다가 자칫하면 부실 시공을 놓칠 뻔했다”라고 분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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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단처럼 무너진 게 아니면 된 거 아닌가요?’…(지자체) 담당 과장이 그러더라고요. 안 무너졌으면 괜찮은 거다.”

    지난해 11월 경기 지역 J아파트 입구. 취재팀은 ‘출입금지’ 표지판이 붙어 있는 지하 주차장 앞에서 입주민 이동민(가명) 씨를 만났습니다. 이 씨가 살고 있는 J아파트는 지난해 국토부가 ‘문제없다’고 발표한 전수 조사 대상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J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슬래브 쪽 주철근이 33개나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토부가 아니라 입주민 이 씨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2023년 8월 J아파트에 국토부 전수 조사를 위해 구조기술사가 방문했습니다. 구조기술사는 “소방차 등 무거운 장비를 실은 차량이 들어오면 위험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2차 현장 조사에 참석했던 국토안전관리원(국토관리원) 담당 본부장에게 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본부장은 “결과를 공유하겠다”라고 말했지만 이후 결과를 공유해 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지자체에 요청해 결과 보고서를 받아온 이 씨는 깜짝 놀랐습니다. 구조기술사가 지적했던 것보다 문제는 더 컸습니다.

    슬래브에 실제로 배치된 주철근의 간격은 320mm였습니다. 도면에 그려진 배치 간격은 165mm입니다. 약 2배 넓은 간격으로 철근을 띄엄띄엄 넣은 셈입니다. 그런데도 국토부 보고서는 ‘적정’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본보가 입수한 2023년 국토교통부 무량판 구조 민간아파트 전수조사 중 J 아파트의 보고서 일부.

    국토관리원 관계자는 이 씨에게 “단순 오타”라고 해명했습니다. 지자체 측은 “검단 아파트처럼 무너진 건 아니지 않냐”라고 했습니다.

    이 씨는 조사 업체를 추궁했습니다. 업체는"엔지니어의 양심으로 말하자면 오타가 아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그는 재차 국토관리원에 항의했고, 그제서야 시공사에 의해 보강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이 씨는 여전히 아찔합니다.

    “운이 좋아서잖아요. 하필 검사했던 샘플 중에 철근 누락이 있었고, 그 기록이 보고서에 남아 있어서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던 거죠. 만약에 찾지 못했다면, 계속 모르고 넘어갔을 것 아닙니까.”

    국토부는 J아파트 사례에 대해 “주철근은 전수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국토부 측은 6일 “(전수조사 당시) 전단보강근과 콘크리트 강도 2개 항목만 점검했기 때문에 아파트 전체까지 100% 자신 있게 부실시공이 없다고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조사 일정 축소 의혹에 대해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무량판 조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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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실 시공 0건’

      국토부 전수조사의 실상

    • 철근량 25%만 줄어도

      강진 시 30초 내 건물 붕괴

    • 민간아파트 21곳 중 9곳

      철근 누락 확인

    • “운이 좋았다” 부실아파트

      입주민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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