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목숨 걸고 도박을 해야하나···."
- 간 이식을 기다리는 63세 임행오 씨
“젊었을 적 의류수출 사업을 크게 했어요. 당시 기준으로 100억 원대 매출 사업이었는데···. 은행에서 발행한 수표니 어음이니 하는 돈 관리를 제대로 못 하면서 문제가 생겼죠. 결국 부도가 나고 사업이 망했어요. 재기해보려고 손댄 다른 사업도 또 망하고. 언젠가부터 매일 술을 먹게 됐어요. 결국엔 집사람이랑도 갈라서고···. 이렇게 되었죠.”
“막일을 했어요. 일주일에 5일은 술을 먹는데 보통 소주 2, 3병은 기본이고 많을 때는 7병까지. 위부터 망가졌죠. 구멍이 나서 다 헐고 피 토하고, 하혈도 하고. 그런데 정작 간은 아무 느낌도 없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정말 ‘침묵의 장기’라는 말이 맞아. 괜찮았는데 급속도로 나빠지더라고요. 2년 전부터는 갑자기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고, 장비도 들 수 없게 되고, 계속 피곤하고 힘이 없고···.”
“한번은 한여름에 공사현장에서 어지럼증이 찾아왔어요. 전봇대에 장비 타고 올라가서 작업해야 하는 순간이었는데 정신을 잃다시피. 병원에서는 간성혼수라고 하더라고요. 그걸 경험하고 나니까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어. 그렇게 2018년 이후 순식간에 악화돼서 지금은 간경변 말기예요. 복수만 차는 게 아니라 흉수도 차요. 보통 복수만 차는데 흉수는 아주 심각한 거래.”
“폐와 간 사이에 물이 차니까 등 쪽으로 바늘을 넣어서 빼요.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로. 잘못해서 뼈를 찌르면 그 고통이 이만저만 아냐. 흉수가 차면 폐를 누르니까 진짜 힘들어요. 흉수를 뽑아낸 지도 벌써 2년이 넘어가고. 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생의 마지막 단계라고 하더라고요. 최근 1년 동안 살이 16㎏ 정도 빠졌어요.”
“그런데도 저는 (이식대기)점수가 낮아서 기증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없대요. 상태가 확 안 좋아져서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가야 대기 점수가 높아진다는데···. 가끔은 목숨 걸고 도박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해요. ‘한 달 동안 계속 술 먹고 응급도를 확 올리면 이식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그동안 현장에서 월 250만 원 정도 벌면, 100만 원 생활비 하고 2, 3개월 모은 돈으로 병원비 내고 했어요. 그동안의 생활은 병원비를 지탱하기 위한 삶···. 일 그만두기 전 모아둔 돈 1000만 원도 이제 거의 다 써가고. 돈이 안 되면 앞으로는 입원조차 할 수 없겠지요.”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정말 죽음이 내 바로 앞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병실, 옆 병실에 있던 사람들이 다음 입원 때 돌아오면 하나둘 안 보이고 없으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복도를 걸으면 흰 천에 덮여 병실 밖으로 나가는 사람이 하루에 적어도 한 명, 많을 땐 두 명···. 그게 내 미래가 아니겠나···.(눈물) 내가 죽으면···. 내 것이라도 장기는 다 쓰라고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