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운 스무 살이 반갑지 않았다
2016년
그날도 5년 차 연습생 송선은 지하 연습실에 있었다. 회사에 갓 들어온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가 연습실 복도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회사 매니저가 송선을 따로 불렀다.
“여기 회사인데 애가 저렇게 떠들고 뛰어다니게 놔둬도 되겠니?”
송선의 입가에 “나도 아직 애기인데…”라는 말이 맴돌았다. 불과 몇 달 전 스무 살이 됐을 뿐이었다. 회사 매니저는 “너도 이제 성인이니까 애들 좀 관리해”라고 했다.
복도를 뛰어다니던 아이와 송선은 일곱 살 차이였다. 하지만 둘 다 똑같은 아이돌 연습생이었다.
송선은 2012년 중학교 3학년 때 한 기획사에 캐스팅됐다. 이듬해부터 데뷔를 전제로 집중훈련을 하는 ‘데뷔조’ 생활을 했다. 눈앞에 오는 듯한 데뷔는 오지 않았고 그사이 연습실에는 어린 동생들이 늘어갔다.
아이돌은 연습실에서 무르익는다
2020년
9월
송선은 연습생 9년 차이던 지난해 가을 “더 이상은 못 하겠다”며 연습실을 떠났다.
“너무 오래 해서…. 거의 하루 종일 연습실에만 있단 말이에요. 어디 가지도 못 하고 또래 친구들처럼 먹으러 다니거나 쇼핑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아무래도 단체생활이니 1명이 빠지면 불이익이 있어요. 데뷔를 목적으로 열심히만 했었던 게…. 그냥 쉬고 싶었어요.”
실력이 데뷔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2020년
10월
소속사 총괄 프로듀서인 신사동호랭이는 송선의 데뷔가 늦어진 것에 대해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송선 본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운이 없어서였다”고 했다. 그는 2019년에도 송선이 포함된 데뷔조를 준비했다. 앨범 녹음까지 마쳤지만 팀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자금이 확보되지 않아 데뷔 직전 결국 접었다.
이미 완성된 자들의 경쟁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