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K팝의 엔진. 아이돌의 성패를 좌우하는 건 대중성이 아닌 충성심 듣지않는 CD를 사는 국경 없는 지지자, 그들의 이름은 팬덤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버터’.
뮤직비디오 중반에 7명의 멤버는 몸으로 ‘ARMY(아미)’라는 글씨를 만든다.
아미는 BTS의 팬덤 이름이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 공개된 지 21시간 만에 조회수 1억 회를 넘었다. 전 세계에 포진한 아미의 위력이다.

K팝 아이돌을 키운 것은 바로 이런 팬덤이다. 과거에는 광범위한 대중적 인기를 얻으려 했다면 요즘 K팝 아이돌은 충성도 높은 팬덤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최근 가수 싸이가 이끄는 피네이션과 JYP엔터테인먼트가 참여한 SBS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 제작발표회에서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 산업이 달라졌어요. 1세대 아이돌 그러면 대중들이 다 알았거든요. 아이돌 팬과 대중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는 대중과 아이돌 팬들이 거의 안 겹쳐요. 아이돌 팬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고요. 일반 대중들은 아이돌 세계에서 핫하고 시끄러워져도 몰라요. 이게 세계적으로 폭발하면 그때서야 ‘어? 저런 게 있었어, 누구야’ 하고 뒤늦게… 차트에 올라오면 ‘이 가수가 누구지?’ 서로 모르는 거예요.”
K팝 아이돌은 팬덤을 기반으로 거대한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팬덤은 음반 구입으로 증명된다.
음악을 듣는 방식이 바뀌면서 음반 판매는 세계적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K팝 아이돌의 앨범 판매는 정반대다.
팬들은 소장용으로 여러 장의 앨범을 산다.
CD와 함께 사진집, 포토카드, 스티커 등을 모은다.
열성 팬의 공연 매출도 앨범 매출과 맞먹을 정도로 크다.
코로나19 사태로 BTS가 6월 두 차례 개최한 온라인 공연의 티켓 판매액은 600억 원을 넘겼다.
가장 강력한 수익구조는 남자 아이돌 그룹과 여성 팬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다.
“(음원 소비는 여자 아이돌, 앨범 판매는 남자 아이돌이 앞서는) 이상의 통계를 살펴보면 남돌(남자 아이돌)은 앨범의 영향이, 여돌(여자 아이돌)은 싱글의 영향이 더 크다. 이는 여돌이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반면 남돌이 ‘덕후적’으로 소비된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남돌을 향한 구매력은 앨범을 중심으로 공연과 관련 상품 판매 등으로 순환되지만, 팬덤의 기반이 약한 여돌은 음악 자체보다 다른 외적인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다.” ( 최지선(대중문화평론가), ‘여신은 칭찬일까?’, 산디(2021), 88페이지 )
K팝 아이돌은 SNS를 활용해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한다. 과거의 신비주의 전략에서 요즘은 적극적인 노출 전략으로 전환해 해외 진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해외의 아티스트가 뮤직비디오 하나에 집중한다면, K팝 아티스트는 팬들과 친밀도가 높아요. 곡 작업이나 댄스 연습영상 그리고 본인의 생활까지 좀 더 공유하는. 팬들도 영상을 보면서 ‘좋아요’에 그치지 않고 댓글을 달고 공유를 하고. 한국의 파트너들은 이제 앨범 공개나 중요한 이벤트가 있으면 팬덤 자체를 하나의 중요한 요소로 넣어놓고 계획을 짜는데 그런 부분이 K팝 발전의 큰 요소가 아닐까.”(이선정 유튜브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음악 파트너십 및 아태지역 아티스트 지원 총괄 상무)
누구로부터도 거부당할 가능성이 적은, 불량스럽지 않은 K팝 가사도 국경을 뛰어넘는 팬덤 구축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이다.
K팝은 수출 상품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BTS을 보유한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최근 세계 최고인 한국 조선업을 대표하는 기업, 한국조선해양을 추월했다.
K팝 아이돌 육성은 이제 한국에서 하나의 생태계를 갖췄다. 하이브는 미국의 종합 미디어 기업과 손을 잡았고 유니버설뮤직은 트라이비 같은 아이돌 그룹 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H.O.T.’ 출신인 토니안은 “거리마다 농구 코트나 운동 시설이 잘 갖춰진 미국에서 스포츠 스타가 나오는 것처럼 한국에는 이제 노래와 춤에 최적화된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가수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오는 10대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원래 블랙핑크를 좋아했어요. 그렇게 되고 싶어서 일본에서 먼저 춤을 배웠고, 더 잘하고 싶어서 한국에 와서 춤을 배우기도 했어요. 블랙핑크처럼 세계적인 아이돌 가수가 되려면 이제는 한국에서 데뷔해야 하니까, 그래서 온 거죠.”(트라이비 일본인 멤버 ‘미레’)

발간일 2021년 7월 21일

  • 기사 취재|김도형 김배중 위은지 임보미 기자
  • 사진 취재|송은석 기자
  • 그래픽|김충민 기자
  • 프로젝트 기획|이샘물 이지훈 기자
  • 사이트 제작|디자인 이현정, 퍼블리싱 조동진 김하나, 개발 최경선 박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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