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을 잡은 손
주인공 이미지

평생을 가족만 보며 일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돈도, 기억도 사라졌다

나는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1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2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3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4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1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2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3 인트로 주인공 일대기4
사냥 당했다 손 글씨

헌트 HUNT

Chapter 1

아들이 날 가뒀다

PC용 배경화면
chapter1

아들이 날 가뒀다

chapter title line chapter1 object 병원 침대
침상에 누운 주인공
무릎꿇고 비는 주인공
  • 지금부터 등장하는 이미지는 실제 사진을 참고해 AI로 제작됐습니다.

  • 2022년 봄. 아들은 나(당시 70세)를 요양원에 보냈다. 좁고 작은 요양원 방 안에 누워있으면 수감자가 된 듯했다. 이곳에 온 지 벌써 1년.

    2022년 경기 화성 요양원
  • 병원에 오기 전, 나는 아들의 집에 갇혀 있었다. 숨 막히는 곳. 거기서 아들은 나를 앉혀 놓고 소리를 질렀다.

  • "집에서 나가지 말라니까."

    "여긴 너무 답답해.
    제발 고향에 보내줘. 이렇게 빌게."

  • 눈물로 몇 번을 호소했지만, 아들은 강경했다. 귀향을 꿈꾸며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 chapter1 요약 배경 chapter1 귀향의 꿈도 잠시, 난 요양원에 갇혔다
chapter2

고향으로
돌아갔을 뿐인데

chapter title line chapter2 object 자동차
고향집 앞에 앉아있는 주인공
차 안쪽으로 내몰리고 있는 주인공
침상에 누운 주인공
  • 2년 전, 나는 고향집 마루에 앉아 있었다. 바람에선 늦가을 냄새가 났다.

    2020년 고향집 앞
  • 아부지가 짓고 내가 태어난 집. 30여 년 전 떠나온, 내 기억 속 고향의 모습 그대로였다.

  • 불청객이 행복을 깨뜨렸다. 경찰이 찾아온 것이다. 아들이 나를 찾고 있다고 했다. 이젠 아들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제 집에 가셔야죠."

  • 어떻게 도망쳐 왔는데. 이대로 떠날 순 없다.

  • 겨우 그들을 돌려보냈더니, 얼마 후 아들이 직접 찾아왔다.

    "가야 한다니까요."

  • 내 손을 낚아챈 아들은 차에 나를 몰아넣고는 기다릴 새도 없이 출발했다. 고향집은 차창 너머로 멀어져 갔다.

  • 그 결과가 바로 이곳이다. 아들은 집에 이어 요양원에 나를 가둔 것이다.

  • chapter2 요약 배경 감옥같은 이곳, 내게도 구원은 있을까?
chapter3

고향친구가
나를 구했다

chapter title line chapter3 object 고향친구와 사진
휠체어에 앉은 주인공과 그 옆의 친구
식탁에서 친구와 손을 맞잡는 주인공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있는 친구와 주인공
  • 얼마 전(2023년 겨울) 박영길(가명)에게 연락이 왔다. 30여 년 전 고향 앞집에 살던 친구라고 했다.

    2023년 겨울, 화성 요양원
  •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했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아들이 널 학대하고 있는 거야. 우리 집에서, 딱 하루만 쉬다 오자.”

  • 그 집에서 박영길과 50년도 더 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했다.

  • 개울에서 올챙이를 잡고 놀던 때부터, 장난으로 화투를 치곤 했던 시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늘 고향 생각이 났다.

  • 눈물을 글썽이는 나를 보며, 박영길은 돕겠노라고 했다.

    “한 번만 다시 돌아가서 살고 싶어.”

  • 박영길은 고향에서 살기 위해서는 먼저 집을 수리하고 요양보호사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가진 시골 땅을 팔자고 했다.

  • 박영길은 나를 데리고 면사무소에 가 신분증을 만들어 주고 통장도 만들어 줬다. 박영길은 나의 ‘구원자’였다.

    [Web 발신] 농협 강대용님 계좌 3561388******가 통장이 재발급 되었습니다
  • chapter3 요약 배경 나의 구원자 영길이, 귀향이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
chapter4

그리운 고향

chapter title line chapter4 object 고향집
밭을 갈고 있는 어린 시절 주인공
경비원 일을 하고 있는 젊은 날의 주인공
사진을 내려다보며 세월의 흐름을 느끼고 있는 주인공
휠체어에 앉아 친구와 함께 고향 땅을 바라보고 있는 주인공
  • 흙냄새가 가득한 곳. 고단했던 20대 청춘을 보낸 곳. 고향이 그리운 건 당연한 일이다.

  • 시골 농사꾼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학교 문턱도 밟지 못했다.

  • 농사일을 하다 작두에 왼손 약지와 새끼손가락 한마디가 떨어져 나간 날엔 고통보다, 서러움이 더 컸다.

  •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게으를 틈이 더욱 없었다.

  • 노가다 현장에서 간식으로 받은 크림빵을 먹지 않고 아들에게 가져다주기도 했다. 고된 나날들이었다.

  • 내가 고향을 떠난 건 서른두 살 때였다. 일곱 살배기 아들은 그래도 도시에서 키우고 싶었다.

    1984년, 경기도 안산
  • 그렇게 경기 안산시로 올라와 ‘우리 상가’에서 경비원으로 일했다. 건물 내 작은 창고가 네 식구의 보금자리였다.

  • 화장실은 건물 공용 화장실을 썼다. 흙냄새 나는 고향과는 달리 이곳은 퀴퀴한 시멘트 냄새가 났다.

  • 그렇게 36년 동안 경비일을 하며 식구들을 먹여 살렸다. 두 아들은 직장을 구하고 가정을 꾸렸다.

  • 그사이 내가 일하던 상가 건물은 세월을 견디지 못하고 철거됐다. 우리 식구를 키워낸 나의 일터가 사라졌다.

  • 늙은 나는 눈을 뜨고, TV를 보고, 홀로 밥을 먹었다. 무기력한 하루하루였다.

  • 고향이 그리웠다.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졌다.

  • chapter4 요약 배경 시멘트 냄새는 이제 그만. 흙냄새 나는 내 고향으로 가고파.
chapter5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다

chapter title line chapter object 휴대전화
경찰서에서 심각하게 휴대전화를 내려다 보고 있는 주인공과 그 옆의 경찰
친구가 실을 잡아당기고 있는 영상
  • 요양병원에 찾아온 아들이 내 휴대전화를 보며 화를 냈다.

    “박영길 어딨어요?
    당장 연락해 봐요!”

    2024년 5월, 화성 요양원
  • 화를 내던 아들은 나를 경찰서로 데리고 갔다. 경찰은 아들과 나를 분리시켰다. 아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 땅을 팔아 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내 통장에서 4200만 원이 박영길에게 출금됐다는 기록이 나왔다고 했다.

    예금거래내역서 계좌번호 356-1388-****-** 예금주명 강대용 작성일자 2024.05.16 11:43:23 거래금액 42,000,000원 *상기자료는 전체 거래내역 중 입금거래에 해당되는 거래내역입니다. 위와 같이 거래내역을 확인합니다. 2024년 05월 16일 태안농협 안녕지점
  • 그 돈으로 나를 고향에서 살게 해주는 것 아니었나? 박영길을 찾아야 한다.

  • 그러나 수십 번의 연락에도 박영길은 전화를 받질 않았다.

    전화 연결 아이콘전화 연결이 불가능합니다.

  • 나를 요양원에 가둔 아들
    나를 고향에 살게 해주겠다던 친구 영길이
    누가 내 삶을 가져간 거지..?

  • 친구와 주인공 사진 액자를 가져가려 하고 있는 붉은 손
  • ‘친구는 무슨…다음 사냥감을 찾아볼까.’

chapter6

기억을 사냥당한
아버지

chapter6 아버지 chapter6 아들
아버지의 땅에서 울고 있는 주인공 아들
주인공과 아들이 등산로에서 같이 찍은 사진 등산로에서 찍은 아버지 사진 등산로에서 찍은 아들 사진
온갖 편지들이 꽂아져있는 고향집 편지함을 쳐다보는 주인공 아들
집 안을 쓸쓸히 내려다 보는 주인공 아들
무언가를 쓰고 있는 주인공 돈은? 나뿌사람 아니다
비어있는 휠체어를 잡고 오열하는 주인공 아들
  • 2024년 5월 31일
  • 전화도 안받고 오늘
    돈 4200만원 보낸다고
    해놓고 안보냅니까?
  • 2024년 8월 12일
  • 계속 전화를 안받으시네 남의 돈 4200만원을 마음대로 가져가고 돌려줘야지 왜 그걸
    멋대로 쓰고 안 돌려줍니까?
  • 지금부터 등장하는 이미지는
    모두 실제 사진입니다.

  • 의심을 했어야 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아버지의 고향 친구라는 말만 덥석 믿었던 내 잘못이다.

  • 그 땅은 아버지가 평생 일해 모은 돈, 결혼 패물까지 보태 산 것이었다.

  • “아들에게 절대 말하지 말라”는 박영길의 말을 아버지는 철석같이 믿은 것 같았다.

  • 아버지는 10년 넘게 앓은 치매로 망상이 깊어졌다. 나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3년간 아버지를 모셨다. 계속 집에만 둘 순 없었다.

  • 그사이 아버지는 “미군이 잡으러 온다”며 화장실에 숨기도 했고, 수차례 가출을 했다.

  • 하지만 고향집은 전기도, 수도도 끊겼고 가까운 슈퍼는 5km 밖에 있었다. 그런 곳에서 아버지를 돌볼 수는 없었다.

  • 귀향의 꿈은 무너졌고 4200만 원은 증발했다. 아버지는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목소리를 잃으셨다.

  • 우리는 필담을 나눠야 했다.

    돈은?

    “아직 못 받았어, 아빠.”

  • 아버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내 아버지는 또 뭔가를 끄적였다.

    '나쁜사람 아니다.'

  • 아버지는 끝까지 박영길을 친구라고 믿고 싶어 하셨다.

  • 2025년 10월 28일. 마지막 대화를 나눈 이틀 뒤,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숨을 거뒀다.

  • 아버지의 고향 땅을 판 돈인 4200만 원은 아직도 박영길에게 있다. “곧 돌려주겠다”고 한 지 1년이 넘었다.

  • 수십 통의 문자와 전화. 그는 아버지와 나의 연락을 모두 수신 거부하고 잠적했다.

  • 나는 박영길을 횡령 혐의로 고소해 재판을 진행 중이지만, 박영길은 재판에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Outro

치매머니를
노리는 헌터

압류표목
주인공을 감싸쥐려는 검은 손
헌트 HUNT
  • 11월 23일 찾은 박영길 소유의 빌라 우편함엔 채무 사실을 알리는 고지서와 압류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 빌라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해부터 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세입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 그가 돌려주지 않은 돈은 고(故) 강대용 씨(향년 73세)의 돈 뿐만이 아닌 듯했다. 친구를 가장했던 박영길은 ‘돈 냄새’를 맡고 온 ‘사냥꾼’이었던 것이다.

  • 치매 노인 100만 명 시대, ‘치매 머니’ 154조 원. 지금도 이들의 자산을 노리는 ‘은밀한 사냥’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