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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지하매설물로 인한
싱크홀 규모(총 4.5m³)의 64배다.
2024년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침하
사망 1명, 부상 1명
2025년 3월서울 강동구 명일동 도로침하
사망 1명, 부상 1명
지난 7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땅 아래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대형 싱크홀 사고가 일어나는 곳은 계속 바뀌지만
원인은 비슷하다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
스크롤해 기사 읽기
지하에 흙을 파내는
크고 작은 공사가 있다.
방수 및 차수
(물막이 공사)
대규모 공사 땐 흙과 물이 새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방수 및 차수(물막이) 공사를 한다.
터널을 뚫을 땐 내부 표면에는 콘크리트를 칠하고, 건물을 지을 땐 흙막이 벽을 세운다.
차수 공사가 부실하면 공사장에 물이 스며든다. 이때 주변 지반이 연약할 경우 지하수에 흙이 섞여 딸려 올 수 있다.
빈 공간
(공동·空洞)
흙이 빠져나간 곳에 빈 공간(공동·空洞)이 생긴다.
땅 위에서는 안 보이는 빈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싱크홀
발생
공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면서 지표면과 점점 가까워진다.
버틸 수 없을 때가 되면 땅이 꺼진다.
싱크홀 사고의 원인 중 가장 흔한 것은 상하수도관 손상이다.
이 경우도 원리는 같다.
물이 새면서 흙을 쓸어내 공동이 생긴다.
그나마 상하수도관 같은 지하매설물은 지표면 1~2m 아래 있어 지하 2m까지 탐지하는 지표투과레이더(GPR)로 주변에 생기는 공동을 찾을 수 있다.
공동이 지표면에서 깊지 않은 곳에 생겼기 때문에
싱크홀 규모도 크지는 않다.
하지만 지하 10m 이상에서 진행되는
굴착공사장 인근에서 생기는 공동은 다르다.
굴착지점 주변에서 생기기 시작한 공동이
언제쯤 싱크홀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하 2m까지 들여다보는 GPR 탐사만으로는
대형 싱크홀 사고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최근 10년간 서울 시내 굴착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를 부피로 환산하면 총 286.4m³다.
같은 기간 지하매설물로 인한
싱크홀 규모(총 4.5m³)의 64배다.
같은 기간 지하매설물로 인한
싱크홀 규모(총 4.5m³)의 64배다.
굴착공사 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는 마련돼 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지하안전법에 따라 지하 10m 이상을 파는 굴착공사를 할 때는 주변 지반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는 지하안전평가를 전문업체로부터 받아야 한다.
모든 항목에서 하나라도 안전성을 확인받지 못하면 공사를 시작할 수 없다.
사망자가 발생했던 명일동 사고지점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역시
이 지하안전평가를 통과한 뒤 착공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났다.
지하안전평가제도의 허점이 드러났다.
사진출처: 뉴시스/뉴스1
명일동 20m 규모 싱크홀 사고 인근
지하철 9호선 공사 현장 주변의 지반안전성을 지하안전평가업체가 수치해석으로 나타낸 자료다.
업체는 공사가 이뤄지는 구간 내에서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돼 싱크홀 발생이 우려되는 지점을 대표구간으로 선정해 공사가 지반에 미칠 영향을 수치로 미리 분석한다.
공사를 진행할 경우 생길 수 있는 터널 주변의 변동폭(*천단변위)은 기준치를 넘어선 안 된다.
터널 상부(천단)의 위치가 원래 위치에서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나타내는 값. 터널 상부는 지반 하중을 가장 먼저 받는 부위로 움직임이 클수록 붕괴, 주변 지반침하의 위험이 커진다.
➊ 터널 주변 땅이 불안정하거나
➋ 굴착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신호다.
국내 터널공사에서 안전하다고 허용되는 천단변위는 최대 25mm다. 최대 침하량이 이 수치 이내면 터널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 분석은 공사 구간 중 21군데를
대표단면으로 정했다.
가장 마지막 구간(STA 42+780 지점)은
천단변위의 허용 최대기준인 25mm를 불과 0.14mm 차이로 통과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지막 대표단면 이후 구간이었다.
대표단면 이전 구간: 수치해석 측정 완료
대표단면 이후 구간: 수치해석 측정 없음
수치해석 측정이 안된 곳이 '요주의 범위'라고 언급
수치해석 측정이 안된 곳이 '심층풍화대'로 언급
이 구간은 해당 보고서에서 ‘지반침하(싱크홀) 취약구간’으로 꼽혔는데 정작 안전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방법인 ‘수치해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보고서에서 해당구간(STA+830~880 추정)은 ‘요주의 범위’라고도 표현돼있다.
해당 구간은 ‘지반조사 물리탐사’ 3차원 종단 분석에서도 지반이 약해진 *심층풍화대로 판단된다는 설명이 있다.
심층풍화대란?
깊은 땅 속 암석이 오랜 시간 동안 깨지고 부서져 약해진 층. 겉보기엔 암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도가 약해 굴착시 붕괴 위험이 커 철저한 보강공사가 필수적.
수치해석에 포함된 마지막 단면(STA 42+780)이 기준을 겨우 통과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구간보다 지층조건이 불리한
‘요주의 범위’가 수치해석에 포함됐다면 설계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보고서는 국토교통부 산하 두 협의기관(국토안전관리원, 한국도로공사)으로부터 검토까지 거쳤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가장 취약한 지점의 수치해석이 누락된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실제 명일동 싱크홀 사고는 수치해석에 반영되지 않은
이 ‘요주의 범위’에서 터졌다.
사진출처: 뉴스1
땅은 이미 위험을 경고했다.
그러나 사람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지나쳤다.
'무심코 지나친 위험'은 사고로 이어졌다.
서대문구 연희동(4등급) 싱크홀
사망자 1명, 부상자 1명사천빗물받이펌프장 유입관로 신설공사구간 인근
강동구 명일동(명일2동·4등급) 싱크홀
사망자 1명, 부상자 1명지하철 9호선 공사구간 인근
영등포구 여의도동(5등급) 싱크홀
사망자 1명여의도 지하보도 공사현장
사진출처: 뉴스1
공사구간의 지반이 취약했다는 정보가 담긴 지하안전평가 보고서는 명일동 사고가 난 뒤에야 언론에 공개됐다.
공사장의 지하안전평가 보고서는 시민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지금도 시민들은 ‘내 발 밑’ 어디가 안전하고 어디가 위험한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설계, 시공사들은 지하개발을 할 때 이미 구축된 공공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반 안전성을 분석하고 있다.
히어로콘텐츠팀은 한국지하안전협회 소속 전문가들과 이 공공데이터를 취합해 서울시 싱크홀 안전지도를 만들었다.
전체 426개동 1~5 등급별 분포
1등급
1개
2등급
24개
3등급
193개
4등급
175개
5등급
33개
2018년 이후 집계된 싱크홀 중 사망 사건은 총 세 건. 모두 안전지도상 4, 5등급 내 굴착공사장 인근에서 발생했다.
서울시 426개동 중 절반에 가까운 208개동이 싱크홀 안전지도상 4, 5등급에 해당했다.
이들 동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완공 1년이 안 된 굴착공사는 196건이다.
명일동 사고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내 모든 굴착공사장 인근 지역에서 공동을 한 달에 한 번 조사하기로 했다.
대형사고가 터질때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하지만 예산과 인력은 부족하다.
싱크홀 안전도가 낮은 지역의 굴착공사장은 더 자주 점검하거나, 노후매설물을 우선 교체하는 등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간 반복된 사고는 경고하고 있다.
보여주기식 대응은 또다른 참사를 막지 못한다고.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
싱크홀 안전지도와 주요 요인을 한눈에 확인하세요.
땅은 이미
경고를 보냈다
싱크홀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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