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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경험’을 고민하세요? 여기, 레퍼런스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 이지윤입니다.
이지윤 기자|동아일보 국제부 2023-04-11 10:00:01
독자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기사를 히어로콘텐츠팀에서 썼다.

기사를 어떻게 쓸지 한 달 넘게 논의했다. 기사를 어떻게 쓸지를 두고 이렇게 한 달 넘게 동료 기자들과 논할 기회는 없다.

왜 이번 기사를 ‘독자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는 기사’라고 소개하는지 묻는다면 글쓰기 스승인 차장 선배 기자가 한, 자주 생각나는 말 때문이다. “영어로 기사가 뭔지 알아? 스토리라고 한다.” 소설만 스토리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도 스토리다.
<표류> 지면기사 1회가 나간 지난달 28일.<표류> 지면기사 1회가 나간 지난달 28일.
현장 취재 단계
기사 문장 하나하나는 취재 준비 단계부터 구상했다.

취재기자 넷은 일주일에 3번 회의를 하며 그간의 취재 경험을 많이 공유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컨센선스였다.

꼭 쓰고 싶은 문장 몇 개를 생각하고, 현장에 가서 꼭 그 포인트들을 챙겨오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장에 대한 사전 취재도 많이 해야 했고, ‘그 문장’도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현장 취재를 앞두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레퍼런스도 찾아봤다. 응급수술 현장에 가기 전에 비슷한 현장을 담은 방송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찾아보는 식이다. 어떤 점이 좋았나,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은지 정리하다 보면 취재 윤곽이 조금씩 잡힌다.
지면(신문) 기사 1회 <구급차-응급실 밀착 관찰기>의 응급실 현장인 전남 여수시 여수전남병원 취재를 앞두고도 몸과 마음이 분주했다.

취재 목표는 ‘응급실을 아주 잘 관찰하기’였다. 관찰하는 일을 좋아하고 꽤 잘하지만 관찰의 기록을 기사로 정리하는 건 또 다른 일이다. 기자가 되고 이런 기사를 써본 적도 거의 없었다. 힌트를 얻고자 박재영 교수의 책 ‘뉴스 스토리’를 읽었다. 박 교수가 좋은 내러티브 기사를 선별해 좋은 이유를 짚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이 기사를 품고 여수로 갔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대사관 철수 장면이 보이는 것 같아 좋았다. 숨소리도 공기의 습도도 긴장과 떨림도 느껴지지만, 허구 같지 않았다. 세세한 디테일이 “이 기사는 현실에 뿌리내린 이야기”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인터랙티브 기획과 취재도 현장 취재와 맞물려서 했다. 촬영 허가를 구한 현장에는 전부 촬영 장비를 가지고 취재 갔다. 마찬가지로 취재 전에 현장에서 꼭 챙길 영상과 음성을 리스트업했다.

인터랙티브 회의는 프로젝트 첫날부터 일주일에 1번씩 했다. 초반에는 다양한 인터랙티브 보도 레퍼런스를 보며 제작 과정을 역산해 검토했다. 이런 인터랙티브를 만들려면 이런 재료가 필요할 텐데, 우리 팀도 구할 수 있는 재료인지 따져보며 우리는 어떤 인터랙티브를 만들지 의견을 모아갔다.
기사 집필 단계
지면 기사의 큰 틀을 짠 건 취재를 일단락한 뒤였다. 추가 취재에 들어가려고 할 때쯤이었다. 취재도 어느 정도 해뒀고,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 자료도 어느 정도 수중에 들어왔던 시기다.

돌아보면 기준은 두 가지였다. 이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형식인지, 취재 방법론의 강점을 살릴 형식인지.

취재 방법론의 강점이 무엇인지 예를 들면 1회 <구급차-응급실 밀착 관찰기>는 취재 기자가 사건의 현장에 그 순간에 있었다는 것, 2회 <준규와 종열, 그들이 표류한 날>은 두 가족을 심층 인터뷰했다는 점이다.

독자에게 이 기사를 읽는 일이 하나의 경험으로 남길 원했다. 다른 기사와는 생긴 것도 달라야 했고, 독자에게 말을 거는 방법도 달라야 했다.

응급의료체계는 정말 복잡하고 어렵다. 특히 응급실은 한 취재원의 말처럼 ‘증상이 드러나는 표면’이다. 의료 체계, 재난 대응 체계, 구급 체계 등 각종 체계가 얽혀있고, 각 체계의 한계와 문제점이 응축돼 나타났다. 그렇다고 독자가 공부할 기사를 쓰고 싶은 건 아니니, 한계점과 문제 지점이 독자의 눈에 보이게 할 방법을 고민했다.

시리즈를 어떻게 맺을지는 금방 의견이 모였다. 1~4회 구성에 시간이 걸렸다. ‘핵심 메시지-취재 방법론의 강점-형식’이 어긋남 없게 정렬하는 과정은 고됐다. 이걸 왜 이렇게 말해야 하는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이렇게 말하면 이게 그 말이라는 게 전달이 되는지 등을 자신에게, 팀원들에게 많이 물었다.

예컨대 2회 <준규와 종열, 그들이 표류한 날>은 준규 군과 종열 씨의 감정의 흐름에 맞춰 교차편집했다. 조건희 팀장의 아이디어였는데, 나는 이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구급차와 응급실이라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두 인물이 처한 상황과 감정이 비슷하다는 점을 전달하면 독자들이 이야기에 더욱 함께할 것 같았다. 교차편집을 하지 않고 병렬로 두 인물의 이야기를 풀 때의 장점도 있지만 이 장점을 뛰어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기사 출고 단계
온라인용 기사에는 압축적으로 많이 공들였다. 발자국은 몇 개 안 되지만 깊이가 깊다.

지면 기사는 신문에 실리니 글자 수, 사진 개수가 한정된다. 온라인용 기사는 지면 기사를 바탕으로 제작한다. 여기엔 간략한 부연 설명을 추가하고, 사진과 영상 등 시각물을 풍부하게 넣는다.

1회 <구급차-응급실 밀착 관찰기>의 강점은 현장성이다. 독자 입장에서 상상하며 현장성이 최대한 살게 온라인용 기사를 구성했다. 현장 취재 때 찍은 영상을 움짤로 만들어 기사 도입부에 배치했다. 기사를 읽는 독자가 문체로 이미 ‘뭔가 다른 기사’라는 느낌을 받았을 테니, 그즈음 움짤을 보곤 한 단계 더 몰입하길 원했다.

3회 <준규군-종열씨의 ‘잃어버린 시간’>은 그날의 ‘1분 1초’까지 들여다봤다는 점을 은은하지만, 효과적으로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1초씩 깜빡이는 타이머를 만들었다. 신문 편집을 담당한 양충현 기자와 뉴스그래픽을 담당한 김충민 기자가 만든 지면 초안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온라인용 기사 중간중간 넣은 사진은 이야기가 있는 사진으로 골랐다.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을 사진 설명으로 넣었다. 현재 오피니언팀에서 일하는 임희윤 기자가 문화부에서 음악인 인터뷰 기사를 쓸 때 사진 설명을 이렇게 활용하곤 했다. 독자로써 임희윤 기자의 기사를 읽다 이런 사진 설명을 보면 보너스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 좋았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며 ‘표류’ 시리즈를 만들었다. 독자들이 기사를 읽으며 어떤 경험을 하셨을지 진정 궁금하다. 우리는 독자 입장에서 상상하며 작업했지만, 실제로 기사를 처음 보는 독자가 절대 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레퍼런스 없던 작업들의 레퍼런스가 될 히어로콘텐츠팀 6기 <표류> 3회 지면 기사. 취재팀의 아이디어를 양충현 기자(신문 편집)와 김충민 기자(뉴스그래픽)가 현실화했다. 레퍼런스 없던 작업들의 레퍼런스가 될 히어로콘텐츠팀 6기 <표류> 3회 지면 기사. 취재팀의 아이디어를 양충현 기자(신문 편집)와 김충민 기자(뉴스그래픽)가 현실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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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이지윤 기자|동아일보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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