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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누락'을 찾는다는 것
구특교 기자동아일보 경영전략실 경영전략팀
2025-02-10 16:49:57
정말 민간 아파트는 철근 누락이 없었을까.

"민간 아파트 427곳 중 부실시공은 0건."
히어로콘텐츠 9기팀의 '누락' 취재는 2023년 10월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의 이 한 줄에서 시작됐다. 앞서 국토부는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를 했는데, 91곳 중 20곳(22%)에서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이 발견됐다.
당시 국토부 발표 이후 “민간 아파트는 부실 시공 없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철근 누락은 LH에 국한된 문제로 여겨졌고, 민간 아파트 부실 문제는 잠잠해졌다.
뭔가 이상했다. LH와 민간 모두 같은 건설사들이 지었다. 민간은 부실시공이 없었다는 국토부 발표에 의문이 들었다. 건설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오히려 법적 기준이 미비한 민간 아파트의 철근 누락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히어로콘텐츠 9기팀의 '누락' 취재는 2023년 10월 국토교통부 보도자료의 이 한 줄에서 시작됐다. 앞서 국토부는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를 했는데, 91곳 중 20곳(22%)에서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이 발견됐다.
당시 국토부 발표 이후 “민간 아파트는 부실 시공 없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철근 누락은 LH에 국한된 문제로 여겨졌고, 민간 아파트 부실 문제는 잠잠해졌다.
뭔가 이상했다. LH와 민간 모두 같은 건설사들이 지었다. 민간은 부실시공이 없었다는 국토부 발표에 의문이 들었다. 건설 현장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오히려 법적 기준이 미비한 민간 아파트의 철근 누락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증언들이 나왔다.

콘크리트 속 파묻힌 ‘진실’을 찾아서
문제는 국토부 결과를 어떻게 검증할지가 막막하다는 점이었다. 콘크리트에 파묻힌 철근을 어떻게 확인해야 할까. 단계마다 난관에 부딪쳤다.
먼저 국토부가 조사한 아파트 명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아파트 명단과 조사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설사 명단을 확보하더라도 아파트마다 설계 도면을 구해야 하고, 국토부가 사용한 철근 검사 장비도 확보해야 했다. 모든 과정이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다.
취재 초기, 현실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면 포기하고 주제를 바꿀지도 논의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꼭 알아야 하지만, 알기 어려운 진실을 깊이 취재해 알리는 것’이라는 탐사보도의 기본 원칙을 떠올렸다. 철근 누락에 대한 국민적 불안은 커졌지만 어디서도, 누구도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번이 아니라면, 불안해도 철근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운’에 맡긴 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문제 0건’이라는 국토부 발표와 달리 실제 철근 누락이 발견된다면 이는 나중에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와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철근 원정대’가 꾸려졌다.
먼저 국토부가 조사한 아파트 명단이 필요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아파트 명단과 조사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설사 명단을 확보하더라도 아파트마다 설계 도면을 구해야 하고, 국토부가 사용한 철근 검사 장비도 확보해야 했다. 모든 과정이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다.
취재 초기, 현실적으로 검증이 어렵다면 포기하고 주제를 바꿀지도 논의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꼭 알아야 하지만, 알기 어려운 진실을 깊이 취재해 알리는 것’이라는 탐사보도의 기본 원칙을 떠올렸다. 철근 누락에 대한 국민적 불안은 커졌지만 어디서도, 누구도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번이 아니라면, 불안해도 철근이 제대로 설치됐는지 ‘운’에 맡긴 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문제 0건’이라는 국토부 발표와 달리 실제 철근 누락이 발견된다면 이는 나중에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와 같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그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철근 원정대’가 꾸려졌다.

전국 21개 아파트 주차장에서 보낸 5개월
5개월여 걸친 아파트 철근 탐사 대부분을 보낸 시간은 지하 주차장이었다. 전국 21곳 지하 주차장에서 검사 장비를 들고 기둥들을 하나씩 훑었다. 기둥 4개 면을 장비로 확인하고 도면과 비교하는 작업이 반복됐다. 오류를 막기 위해 한 단지당 최소 3시간 이상 조사를 하고 나면 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 결과, 총 9개 단지, 25개 기둥, 60개 철근의 누락을 찾아냈다. 국토부 발표와 달리 콘크리트 속 감춰진 ‘진실’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히어로팀은 문제 기둥을 상부, 중부, 하부로 나눠 총 30번 넘게 반복 검사를 했다. 구조설계 전문가 등과 동행해 문제 기둥에 대한 검증에 검증을 거쳤다. 누락 기둥의 붕괴 위험성을 직접 구조 기술사와 실험했다. 현장 조사뿐 아니라 국토부가 비공개로 일관한 288개 아파트 전체 조사 보고서도 입수해 전문가와 분석했다.
보고서상에서도 ‘문제 0건’이라는 국토부 발표와 달리 11곳에서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미달이 확인됐다. 아파트 현장과 보고서를 통해 국토부 발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보고서상에서도 ‘문제 0건’이라는 국토부 발표와 달리 11곳에서 철근 누락과 콘크리트 강도 미달이 확인됐다. 아파트 현장과 보고서를 통해 국토부 발표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오늘도 어디선가 ‘철근 빠진’ 아파트가 올라간다
7개월여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은, 한국이 경제나 군사, 외교적으로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건설 현장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안전 총책임자인 국토부는 부실 공사 책임을 회피해 왔고, ‘문제 없다’는 답을 정해 놓은 보여주기식 조사를 벌였다. 건설 현장에서는 기본 매뉴얼이 아닌 주먹구구식 관행이 법보다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과거처럼 무너지고 나서야 또 한 번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기에는 사고의 대가가 너무 크다. ‘철근 하나쯤이야’라는 관행 대신 ‘철근 하나라도 제대로’라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기획을 통해 국토부 등 업계가 감춰진 ‘누락’도 언제든 드러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디선가 오늘도 아파트는 올라가고 있다.
한국인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산다. 과거처럼 무너지고 나서야 또 한 번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기에는 사고의 대가가 너무 크다. ‘철근 하나쯤이야’라는 관행 대신 ‘철근 하나라도 제대로’라는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기획을 통해 국토부 등 업계가 감춰진 ‘누락’도 언제든 드러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어디선가 오늘도 아파트는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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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락: 당신의 아파트는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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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3~01.27·히어로콘텐츠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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