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왜 ‘치매머니 사냥’이었냐면
‘증언’할 수 없는 사람들
이상환 기자동아일보 사회부
2026-01-12 10:04:53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유효한 문제를 다루고 싶었다.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일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심각해질 문제들. 처음 ‘치매 머니’를 아이템을 후보에 올린 건 그런 이유에서였다. 고령화 흐름 속 치매 노인은 계속 늘어날 텐데, 이들의 자산을 노리는 ‘치매 머니 사냥’에 대한 실태 조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는 ‘사각지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치매 노인들의 자산 규모를 154조 원으로 추정한 직후, ‘치매 머니’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치매 노인의 자산이 묶여 있고, 이를 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건 사건이나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미래 심해질 ‘사냥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치매 머니 사냥’은 ‘미래의 문제’처럼 보였다.
이 문제가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얼마나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사냥꾼’들을 막을 준비가 돼 있을지 궁금했다. 상의 끝에 ‘치매 머니’를 최종 아이템으로 정했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메가 트렌드’ 와 연관된 문제여야 한다는 취재팀 아이템 선정 원칙과 부합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치매 노인들의 자산 규모를 154조 원으로 추정한 직후, ‘치매 머니’ 관련 보도들이 이어지기도 했다. 치매 노인의 자산이 묶여 있고, 이를 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단건 사건이나 일본이나 미국 등 해외 사례를 소개하며 미래 심해질 ‘사냥 문제’를 우려하기도 했다. ‘치매 머니 사냥’은 ‘미래의 문제’처럼 보였다.
이 문제가 ‘지금 이 순간’ 한국에서 얼마나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사냥꾼’들을 막을 준비가 돼 있을지 궁금했다. 상의 끝에 ‘치매 머니’를 최종 아이템으로 정했다.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메가 트렌드’ 와 연관된 문제여야 한다는 취재팀 아이템 선정 원칙과 부합하기도 했다.
‘증언’할 수 없는 사람들
그러나 취재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언론이 사회 문제를 드러내는 방법에는 ‘당사자들의 증언’와 ‘데이터’가 있을 텐데, ‘치매 머니 사냥’ 아이템은 두 가지 모두에서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진 치매 환자는 자신의 돈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기억이 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을 복기하지 못했다. 증언해야 할 당사자가 ‘목소리를 잃은’ 셈이다. 취재의 어려움이 넘어, ‘치매 머니 사냥’이 드러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피해 규모를 입증할 데이터도 없었다. 수사기관은 신고된 사건만을, 행정부는 제도에 포착된 사례만을, 사법부는 판결로 이어진 사건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한민국 부처 누구도 ‘치매 머니 사냥’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곳은 없었던 셈이다. 히어로콘텐츠 11기 <헌트>의 취재기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내리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취재팀이 해결책은 ‘노인이 남긴 기록’과 ‘가족의 도움’이었다. 취재팀은 치매 노인과 그 가족들을 수차례 설득했고, 36명이 어렵게 ‘사냥’의 기억을 꺼냈다. 그중 8명은 ‘사냥 기록’이 담긴 통장 내역을 모두 취재팀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통장 속에 남겨진 기록과 가족들이 은행, 지자체 등에서 확인한 기록과 노인들의 희미한 기억을 종합해 돈이 빠져나간 시점과 돈을 약탈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지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진 치매 환자는 자신의 돈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피해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기억이 나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을 복기하지 못했다. 증언해야 할 당사자가 ‘목소리를 잃은’ 셈이다. 취재의 어려움이 넘어, ‘치매 머니 사냥’이 드러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국가 차원의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피해 규모를 입증할 데이터도 없었다. 수사기관은 신고된 사건만을, 행정부는 제도에 포착된 사례만을, 사법부는 판결로 이어진 사건만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대한민국 부처 누구도 ‘치매 머니 사냥’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곳은 없었던 셈이다. 히어로콘텐츠 11기 <헌트>의 취재기는 이 문제에 대한 대답을 내리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취재팀이 해결책은 ‘노인이 남긴 기록’과 ‘가족의 도움’이었다. 취재팀은 치매 노인과 그 가족들을 수차례 설득했고, 36명이 어렵게 ‘사냥’의 기억을 꺼냈다. 그중 8명은 ‘사냥 기록’이 담긴 통장 내역을 모두 취재팀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통장 속에 남겨진 기록과 가족들이 은행, 지자체 등에서 확인한 기록과 노인들의 희미한 기억을 종합해 돈이 빠져나간 시점과 돈을 약탈하는 방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장 기록을 활용한 ‘내러티브’ 전개와 그래픽 활용은 1회 기사의 주요 테마가 되기도 했다. 40년 만에 찾아온 고향 친구에게 속아 땅 800평을 빼앗기고 세상을 떠난 고(故) 강대용 씨(76)의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그의 통장과 수첩에는 친구에게 어떻게 돈을 잃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처절하게 남겨져 있었다. 가족의 동의 없이도 노인의 통장과 도장만 손에 넣으면 너무나 손쉽게 돈을 인출할 수 있다는 허점도 이 기록을 통해 확인했다.
‘암수(暗數) 치매머니 사냥’ 추적기
그러나 사연만으론 여전히 부족했다. 치매 노인의 재산을 노린 범죄 피해의 규모가 그늘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검경은 사기나 횡령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치매 환자를 따로 분류하지 않고, 관련 법원 통계조차 없었다. 피해 규모가 만연하다는 걸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자칫 ‘일부 나쁜 놈들의 일탈’로 치부될 위험이 있었다.
단서는 전문가들의 조언에서 나왔다. 한국노년학회 소속 한 교수는 “치매 노인 대상의 경제적 학대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노인의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수면 아래 묻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학회와 함께 수면 아래 묻힌 ‘암수(暗數) 치매 머니 사냥’의 실태를 직접 추적하자고 제안했다. 학회는 연간 경제적 학대 피해율(0.4%)에 국내 치매 인구를 대입하고, 치매 환자가 일반 노인보다 금융 착취에 3.7배 더 취약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해 ‘암수 사냥’ 건수를 도출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약 6만7000여 명의 치매 노인이 금융 학대를 당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단서는 전문가들의 조언에서 나왔다. 한국노년학회 소속 한 교수는 “치매 노인 대상의 경제적 학대로 재판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가해자 대부분이 가족일 가능성이 높고, 노인의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건이 수면 아래 묻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학회와 함께 수면 아래 묻힌 ‘암수(暗數) 치매 머니 사냥’의 실태를 직접 추적하자고 제안했다. 학회는 연간 경제적 학대 피해율(0.4%)에 국내 치매 인구를 대입하고, 치매 환자가 일반 노인보다 금융 착취에 3.7배 더 취약하다는 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해 ‘암수 사냥’ 건수를 도출했다. 그 결과, 최근 5년간 약 6만7000여 명의 치매 노인이 금융 학대를 당했을 것이라는 충격적인 수치가 나왔다.

하지만 실제 법원의 유죄 판결문에 나타난 피해자는 최근 5년간 고작 49명뿐이었다. 피해자가 1000명이라면, 법의 심판을 받는 가해자는 1명도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이후 전국 38개 노인보호전문기관의 ‘경제적 학대 판정서’ 원문 379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사냥꾼의 95.8%는 가족, 요양시설 종사자, 지인 등 가장 가까운 이들이었다. 믿었던 혈육과 돌보미가 노인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타 포식자로 돌변하는 참혹한 현실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전국 요양원 321곳의 문을 두드렸다. 현장에서도 국가의 감시망에 잡히지 않은 ‘암수 사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응답한 곳 중 54곳에서 “입소 중인 치매 노인이 재산 사냥을 당한 사례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성년후견제도 등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존재했으나, 실제 이용률은 극소수였다. 제도라는 방패는 사냥꾼들이 쳐놓은 촘촘한 그물을 찢기에 너무나 무력했다.
특히, 접촉한 요양원 중 한 곳인 우리요양원에는 사냥을 당한 뒤 요양원에 방치된 치매 노인 3명이 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 다달이 기초연금을 뺏겨 통장 잔고가 바닥 난 노인, 1년 넘게 요양원비가 체납됐지만 자녀는 면회를 오지 않는 노인 등이다. 그곳에서 그들과 하루를 함께했다. 그곳에선 미닫이문을 열자 일제히 쏠리던 눈동자들, 요양보호사의 분주한 발걸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기저귀 타임’을 알리는 냄새 등 ‘사냥 그 이후’ 방치된 모습이 있었다.
동시에 전국 요양원 321곳의 문을 두드렸다. 현장에서도 국가의 감시망에 잡히지 않은 ‘암수 사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응답한 곳 중 54곳에서 “입소 중인 치매 노인이 재산 사냥을 당한 사례를 명확히 알고 있다”고 답했다. 성년후견제도 등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존재했으나, 실제 이용률은 극소수였다. 제도라는 방패는 사냥꾼들이 쳐놓은 촘촘한 그물을 찢기에 너무나 무력했다.
특히, 접촉한 요양원 중 한 곳인 우리요양원에는 사냥을 당한 뒤 요양원에 방치된 치매 노인 3명이 살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새 다달이 기초연금을 뺏겨 통장 잔고가 바닥 난 노인, 1년 넘게 요양원비가 체납됐지만 자녀는 면회를 오지 않는 노인 등이다. 그곳에서 그들과 하루를 함께했다. 그곳에선 미닫이문을 열자 일제히 쏠리던 눈동자들, 요양보호사의 분주한 발걸음,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 ‘기저귀 타임’을 알리는 냄새 등 ‘사냥 그 이후’ 방치된 모습이 있었다.
취재를 마치며
이번 취재에서 확인한 건 ‘치매노인 100만 명 시대’, 그들을 노리는 ‘ 은밀한 사냥’의 모습이었다. 가장 가까운 이들은 치매에 걸린 순간 ‘사냥꾼’으로 돌변했다.문제를 해결할 부처들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며 뒷짐을 지고 있고, ‘사냥꾼’들은 치매 노인의 진술이라 믿기 어렵다며, 가해자가 유일한 혈육이라 달리 돌볼 사람이 없다며 수사망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 사냥을 막을 후견 제도는 ‘비싸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고장 난 제도’로 방치돼 있다. 이번 보도를 시작으로 사냥을 이 고장난 제도들이 정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늙고, 언젠가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순간은 온다. 그 순간이 닥쳤을 때 우리는 사냥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까. 5개월의 취재 끝에 내린 답은 “이대로면 절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 사냥을 막을 후견 제도는 ‘비싸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외면받는 ‘고장 난 제도’로 방치돼 있다. 이번 보도를 시작으로 사냥을 이 고장난 제도들이 정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늙고, 언젠가 자신의 힘만으로 살아가기 힘든 순간은 온다. 그 순간이 닥쳤을 때 우리는 사냥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을까. 5개월의 취재 끝에 내린 답은 “이대로면 절대 아니다”라는 것이다.
관련 콘텐츠
더보기
헌트: 치매 머니 사냥
치매에 걸리고 흐릿해진 기억과 판단력, 그 틈새를 파고들어 ‘자산’을 노리는 ‘사냥꾼’들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치매 머니 사냥'에 대비하고 있을까요. 36명의 치매 노인과 그 가족들을 만나고 내린 답은 “아니다”였습니다.
2025.12.15~2025.12.18·히어로콘텐츠 11기·

이상환 기자동아일보 사회부
주로 사건과 금융을 취재했습니다. 사건팀에선 부조리한 상황을, 금융팀에선 누군가의 욕심이 만든 돈의 흐름을 지켜봤습니다. 취재하다보니 세상엔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써도 될까, 항상 의심하며 취재하고 있습니다.
Inside
더보기
-

생성형 AI 시대의 언론사와 디자이너 히어로 콘텐츠 11기의 주제는 '치매머니 사냥'이었다. 치매에 걸린 노인의 흐릿해진 기억과 판단력을 노려 재산을 갈취하는 범죄를 다룬 기획이다.취재 속 피해자 강대용 씨는 평생 가족을 위해 일해왔다. 하지만 치매가 찾아온 뒤 그의 …2026.01.13·정시은 UI/UX 디자이너 -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든다 취재가 끝났지만, 아직도 귓가에 쟁쟁한 목소리가 있다.‘치매머니 사냥’을 주제로 정하고, 취재에 착수한 지 석 달. 취재팀의 가장 큰 고민은 ‘주인공 찾기’였다. 소외된 이웃, 숨은 영웅을 다루는 히어로콘텐츠의 취지에 맞게 기사의 …2026.01.02·전혜진 기자 -

“기다리다가 나갈 것 같아요” 이 한마디가 날 움직였다 불과 몇 초의 음성으로 완벽하게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하는 AI 보이스 클로닝 기술은 이미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유튜브에서는 유명 연예인이 투자를 권유하고, SNS에서는 AI로 복제된 친구의 목소리로 장난 메시지를 보내는 영상이…2025.11.13·임선영 UI/UX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