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그렇게 반달곰을 만났습니다
마음 속 이야기를 꺼냈다
강은지 기자콘텐츠기획본부
2022-01-10 08:12:35
3년 간 환경 분야를 취재했다. 기자들의 취재 분야는 사회적 이슈를 따라가기가 쉽다. 불법 방치 폐기물, 심각해지는 일회용품 문제, 초미세먼지, 기후변화, 수돗물 관리…. 취재 현장도 재활용품 분리선별장이나 매립지, 공장이나 하수처리장 등이 주를 이룬다. 그 때마다 우스갯소리처럼 스스로에게 하던 말이 있다.
“명색이 환경 기자인데, 자연을 취재할 기회가 없네.”
“명색이 환경 기자인데, 자연을 취재할 기회가 없네.”
마음 속 반달곰을 꺼냈다
고민하던 중 반달가슴곰(반달곰) KM-53이 떠올랐다. 처음 KM-53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19년. 수도산에 사는 KM-53이 이번에는 금오산에 나타났다는 얘기를 접했을 때였다. 이미 KM-53은 지리산을 세 번 탈출했고 수도산에 정착해 살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해프닝 정도로 기사를 쓰고 넘어갔지만 그 때 알게 된 KM-53의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이후로도 씩씩하게 여기저기 다니는 KM-53 안부는 종종 접했지만 다른 취재가 급해 마음 한 구석에만 담아둬야 했다.
전화를 돌려보니 최근에는 KM-53처럼 지리산 밖을 나가 살던 반달곰이 더 늘었다고 한다. 반달곰이 지리산을 벗어나는 것이 ‘KM-53'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 되는 것으로 보였다. 기사가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후 회의를 통해 멸종위기종 전반의 이야기를 짚되 반달곰과 따오기를 주로 취재하고, 서울에 사는 산양도 추가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전화를 돌려보니 최근에는 KM-53처럼 지리산 밖을 나가 살던 반달곰이 더 늘었다고 한다. 반달곰이 지리산을 벗어나는 것이 ‘KM-53' 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 되는 것으로 보였다. 기사가 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후 회의를 통해 멸종위기종 전반의 이야기를 짚되 반달곰과 따오기를 주로 취재하고, 서울에 사는 산양도 추가 취재하기로 결정했다.
사람에서 동물을 주인공으로
동물과 자연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 기존 히어로콘텐츠와의 차별화 포인트였다. 증발, 환생, 아이돌... 모두 사람이 주인공인 이야기지만 환경 분야는 사람이 주인공이 아니다. 자연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다.
기존 콘텐츠들이 가진 분위기와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달곰, 산양, 여우, 따오기...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영상 자료들을 본 팀원들은 다들 ‘귀엽다’ ‘재밌다’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무겁지 않으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멸종위기종은 복원사업을 통해 축적한 자료가 탄탄한 편이다. 환경 히어로콘텐츠는 취재 인력이 적었기 때문에, 자료가 풍부한 아이템을 선택해 빈 틈을 없애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기존 콘텐츠들이 가진 분위기와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반달곰, 산양, 여우, 따오기...취재 과정에서 확보한 영상 자료들을 본 팀원들은 다들 ‘귀엽다’ ‘재밌다’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무겁지 않으면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멸종위기종은 복원사업을 통해 축적한 자료가 탄탄한 편이다. 환경 히어로콘텐츠는 취재 인력이 적었기 때문에, 자료가 풍부한 아이템을 선택해 빈 틈을 없애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현장에는 언제나 답이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것은, 취재기자에게 언제나 진리다.
반달곰과 따오기와의 공존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큰 결심을 한 대단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불편함을 참으면서 자연을 위해 견디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다. 반달곰 복원에 반대할 때도 있었고, 과거 어려운 시절에 새와 작은 동물들은 먹을 것을 훔쳐가는 ‘증오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함께 살게 됐냐는 질문에는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냥 산다’고. 딱히 불편하지 않고, 어떤 점에서는 경제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기회도 되니까. 무덤덤한 그 대답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거나, 룸메이트와 함께 살 때 누구나 겪는 과정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쾌하고 불편하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고 상대방에 대해 잘 알게 될수록 그러려니 한다. 그냥 살게 된다. 자연과의 공존도 지금은 낯설고 거창한 일인 것 같지만 접점이 늘어나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이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달곰과 따오기와의 공존을 선택한 사람들은 어떤 이들일까. 큰 결심을 한 대단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불편함을 참으면서 자연을 위해 견디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그렇지 않았다. 반달곰 복원에 반대할 때도 있었고, 과거 어려운 시절에 새와 작은 동물들은 먹을 것을 훔쳐가는 ‘증오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어떻게 함께 살게 됐냐는 질문에는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냥 산다’고. 딱히 불편하지 않고, 어떤 점에서는 경제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기회도 되니까. 무덤덤한 그 대답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거나, 룸메이트와 함께 살 때 누구나 겪는 과정이 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불쾌하고 불편하지만 서서히 익숙해지고 상대방에 대해 잘 알게 될수록 그러려니 한다. 그냥 살게 된다. 자연과의 공존도 지금은 낯설고 거창한 일인 것 같지만 접점이 늘어나고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이뤄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지 않은 이야기, 색다른 감동
반달곰, 따오기, 산양. 누구나 검색 몇 번만 하면 언제든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환경 히어로콘텐츠는, 엄밀하게 얘기하면 아주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반달곰 따오기와 공존을 택한 사람들에게는 ‘보기 좋다’는 박수가, 서울에 사는 산양 이야기에는 ‘나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시기적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에, 어지러움만 난무하는 정치 이야기에 지친 사람들이 위안을 느낄 콘텐츠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싶다.
디지털 기사에는 취재한 이야기를 마법처럼 버무렸다. 특히 한반도 지도 위에 각 지역별로 복원 중인 멸종위기종에 대한 설명과 영상이 떠오르는 설정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흔히 ‘내가 사는 곳’이라 인식하고 보는 한반도인데 여기에 이런 동물들도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는 반응이었다. 디지털의 잠재력을 잘 활용하면 글·사진·영상이 가진 각각의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반달곰 따오기와 공존을 택한 사람들에게는 ‘보기 좋다’는 박수가, 서울에 사는 산양 이야기에는 ‘나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시기적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에, 어지러움만 난무하는 정치 이야기에 지친 사람들이 위안을 느낄 콘텐츠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싶다.
디지털 기사에는 취재한 이야기를 마법처럼 버무렸다. 특히 한반도 지도 위에 각 지역별로 복원 중인 멸종위기종에 대한 설명과 영상이 떠오르는 설정이 인상적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흔히 ‘내가 사는 곳’이라 인식하고 보는 한반도인데 여기에 이런 동물들도 함께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는 반응이었다. 디지털의 잠재력을 잘 활용하면 글·사진·영상이 가진 각각의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후기니까, 이 정도는 적어도 될 것 같다. 현업을 하면서 히어로콘텐츠 제작을 병행했다. 일반 회사에서 특별 프로젝트를 일반 업무와 동시에 진행한다고 생각하면 비슷할까. 쉽지 않았지만 부서장과 부원들이 양해해주고 빈 자리를 채워준 덕에 힘을 내 실현할 수 있었다. 히어로콘텐츠팀 명단에는 없지만, 묵묵히 제 자리에서 히어로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 그 분들에 대한 감사가 빠질 수 없다. 그들도 히어로콘텐츠팀이다.
강은지 기자콘텐츠기획본부
환경을 취재합니다. 일회용품은 가급적 안 쓰려 합니다. 습관이 되면 불편하지 않습니다. 지구에 이로운 방향,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나누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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