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예상과는 달랐던 이주민 취재
실전은 '서프라이즈'의 연속이었다
송은석 기자동아일보 사진부
2022-02-14 09:02:13
2021년 겨울, 히어로컨텐츠 사진 취재를 4번째로 맡게 됐다. 사실상 이제 고인 물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다. 촬영 전에 이미 회차가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였다. 취재 기자들은 늘 새로운 멤버들로 교체됐지만 계속 사진을 담당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번 히어로팀의 주제는 복잡했다. ‘다문화’ 자체가 주제였으면 좋았을 텐데 '인구 감소에 대한 대안을 다문화로 제시하되 그 예를 안산에서 찾아보자'다 보니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레퍼런스로 잡았던 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였다. 중립을 유지하되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히어로팀의 주제는 복잡했다. ‘다문화’ 자체가 주제였으면 좋았을 텐데 '인구 감소에 대한 대안을 다문화로 제시하되 그 예를 안산에서 찾아보자'다 보니 중심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 레퍼런스로 잡았던 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였다. 중립을 유지하되 따뜻한 시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미 한국인이거나 아니거나
취재가 시작되면서 바로 어려움에 부딪쳤는데 이번에 만난 취재원들은 밖에서 만났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한국인 그 자체였다. 그들은 생각보다 한국이란 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대성 군의 집에도 찾아갔을 땐 토속적인 뭔가를 기대했으나 소파에 TV, 식탁이 있는 한국식 아파트 그 자체였다. 4회 기사의 주인공인 대성 군은 요즘 말로 ‘인싸’였다. 입대 전에 만난 그의 멋진 친구들을 보며 나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나마 처음 생각했던 대로 사진 취재가 진행됐던 건 불법 체류자들이었던 조나단 가족이었는데, 그들이 처한 상황 때문에 얼굴 공개가 안돼 대부분의 사진을 쓸 수가 없었다. 사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얼굴, 동작,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 사람의 얼굴이 사라지니 사진에서 느껴지는 힘이 부족했다.
취재 당시 촬영한 사진. 취재원의 얼굴을 공개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3회 기사에서는 가족 중 비자가 만료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촬영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1회 기사에서는 원곡초등학교에선 한 인도네시아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가 수업 내내 집중을 하지 못하고 귀에도 피어싱을 하고 있어 사진 기자로서 더 촬영을 하고 싶었으나 취재 대상이 아니었다. 이처럼 중요한 취재원들의 이야기에 동반된 사진들이 모자이크나 제공 '셀카 사진', 일러스트 등으로 대체된 건 아쉬운 일이다.
취재 장소의 높은 벽
히어로컨텐츠를 하면서 취재가 자유로웠던 건 1기 <증발> 시리즈 외엔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취재의 가장 큰 오답은 ‘취재 장소의 벽’이었다.
첫 번째는 사실상 기사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던 것은 대성 군의 해병대 입대였다. 지난 여름 흥행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오프닝을 기억하는가? 높은 곳에서 전체적인 장병들의 모습을 담고, 입대 전 홀로 뒤를 돌아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이방인을 표현하려면 다수의 타인 집단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게 좋다.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그런 행사는 없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입대 행사는 없어지고 개별 입소로 변경돼 있었다. 포항까지 내려갔건만 보이는 건 200m 멀리 해병대 간판이 전부였다.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당일 취재를 허가해 줄 일도 만무했다.
두 번째는 공공기관에서 막히는 경우다. 비자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했던 어티겅도야 씨 취재 일정이 잡혔을 때였다. 출입국관리소에 취재 기자와 들어서자 카메라를 든 나를 보고 법무부에서 비상이 걸렸다. 관계자가 내려오기 전엔 카메라 전원을 켜지도 못하게 했다. 급하게 내려온 담당자와 얘기해 보았으나 사전에 취재 문의가 없었고, 불법 체류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진 촬영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촬영 불가.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샤니 씨도 사전에 병원 측의 허락을 받지 않아 취재가 불가능했다. 꾸역꾸역 몰래 따라가서 찍은 한 장이 아니었으면 증명사진으로 끝났을 것이다.
첫 번째는 사실상 기사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었던 것은 대성 군의 해병대 입대였다. 지난 여름 흥행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오프닝을 기억하는가? 높은 곳에서 전체적인 장병들의 모습을 담고, 입대 전 홀로 뒤를 돌아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이방인을 표현하려면 다수의 타인 집단을 배경으로 보여주는 게 좋다. 쉽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웬걸, '그런 행사는 없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입대 행사는 없어지고 개별 입소로 변경돼 있었다. 포항까지 내려갔건만 보이는 건 200m 멀리 해병대 간판이 전부였다.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당일 취재를 허가해 줄 일도 만무했다.
두 번째는 공공기관에서 막히는 경우다. 비자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했던 어티겅도야 씨 취재 일정이 잡혔을 때였다. 출입국관리소에 취재 기자와 들어서자 카메라를 든 나를 보고 법무부에서 비상이 걸렸다. 관계자가 내려오기 전엔 카메라 전원을 켜지도 못하게 했다. 급하게 내려온 담당자와 얘기해 보았으나 사전에 취재 문의가 없었고, 불법 체류자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사진 촬영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촬영 불가.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샤니 씨도 사전에 병원 측의 허락을 받지 않아 취재가 불가능했다. 꾸역꾸역 몰래 따라가서 찍은 한 장이 아니었으면 증명사진으로 끝났을 것이다.
원곡초등학교를 취재할 당시의 필자.
1회 기사에서 다룬 원곡초등학교는 제일 고민거리였다. 아무래도 1화다 보니 비중이 높은 상황이었으나 한국인 학생 주원 군만 촬영이 가능하고 같은 반 나머지 친구들은 노출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중엔 그냥 무시하고 촬영했으나 대부분의 사진들은 게재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무엇을 찍을지보다 무엇을 피해서 찍을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았다.
'무엇을 찍을지보다 무엇을 피해서 찍을지'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일이 많았다.
심리적으로도 거리로도 멀었던 안산
처음엔 안산 취재를 어렵지 않게 생각했다. 경기도 지역이고 세월호 참사 때도 자주 취재를 갔던 곳이라 익숙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게 한번 취재를 나가면 반나절이 소모되는 경우가 많았다. 더군다나 이번엔 취재원 수가 많았으니 촬영 나가는 빈도도 잦았다. 연말엔 송년호 및 신년호 기획도 예정돼 있어 지면을 제작하는 사진 기자 인원이 빠듯한 상황이었다. 나는 히어로컨텐츠를 전담 취재하는 멤버가 아니었는데, 사진부 막내 기자로서 기획을 한다고 자주 서울을 벗어나 있는 게 여러모로 편치 않았다. 취재원들은 잘 살고 있는데 오히려 두 지역, 두 부서에서 내가 표류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진을 안 찍을 것인가? 히어로컨텐츠가 인터랙티브 형식을 표방하지만 결국 취재 기자들의 기사에서 힘이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지원을 해주고 싶었다. 4기 멤버인 신희철 기자의 취재에 대한 압박감이 촬영을 나갈 때마다 느껴졌다. 더군다나 남건우 기자는 이번엔 영상까지 찍겠다고 계속 캠을 들고 다녔다.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대로 진행된다면 그건 영화지 뉴스가 아닐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실전이다. 도둑 촬영도 하고 초상권 때문에 못 쓰더라도 일단 찍고 보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그래서, 사진을 안 찍을 것인가? 히어로컨텐츠가 인터랙티브 형식을 표방하지만 결국 취재 기자들의 기사에서 힘이 나오기 때문에 최대한 지원을 해주고 싶었다. 4기 멤버인 신희철 기자의 취재에 대한 압박감이 촬영을 나갈 때마다 느껴졌다. 더군다나 남건우 기자는 이번엔 영상까지 찍겠다고 계속 캠을 들고 다녔다. 다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대로 진행된다면 그건 영화지 뉴스가 아닐 것이다. 어차피 인생은 실전이다. 도둑 촬영도 하고 초상권 때문에 못 쓰더라도 일단 찍고 보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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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6~01.19·시리즈 4화·히어로 콘텐츠 4기
송은석 기자동아일보 사진부
고등학생 때부터 주변을 사진으로 담는 걸 좋아했습니다. 대학생 때 사진 동아리와 학보사를 거쳐 사진기자가 됐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최신 카메라와 월급을 받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세상도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좋은 사진을 찍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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